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를 구조해 수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에 “더 이상 이민자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수용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8일(현지시간) 마우리치오 마사리 주EU 이탈리아대사가 EU에 전달한 항의서한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구조된 난민을 태운 모든 선박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것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이탈리아가 외국 선박 입항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약속했던 분산 수용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난민 문제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들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도착한 난민은 7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난민은 주로 리비아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시칠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이탈리아 영토를 향해 출발하며 대부분 건너는 도중 이탈리아 연안경비대와 EU 국경통제기구 프론텍스 산하 선박, 국제 비정부기구(NGO) 선박의 구조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전쟁과 빈곤, 정권의 억압 등을 피해 도주한다.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가입한 각국 정부 소속 선박은 해상 난민 구조 의무가 있으며 해당 해역을 관리하는 가장 가까운 국가가 이들의 신변을 1차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난민을 수용한 선박의 입항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주장은 법적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EU가 이탈리아의 문제 제기에 동감하는 것은 실제로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 난민 문제에 모범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디미트리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자 담당 집행위원은 “다른 EU 국가가 난민 수용에 협력해야 하며 아프리카 국가와 함께 난민 수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대책에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지중해로 넘어오는 난민 50만명 이상을 수용했으며 특히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오는 ‘발칸 루트’가 차단된 이후 ‘리비아-이탈리아 루트’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치권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이민자에 부정적인 민심을 단속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검찰은 지난 4월 “난민 밀수업자와 난민 구조 인권단체들이 서로 짜고 난민을 들여오고 있다”며 난민 구조에 나선 NGO를 공격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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