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정부 이후 역대 최장수 국세청장으로 2년 10개월간 재직했던 임환수(55) 청장이 28일 퇴임했다. 그는 임기 동안 국세 수입이 ‘풍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세수 저변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각종 의혹과 사건ㆍ사고에 휘말리며 낙마했던 과거 청장들과 달리 정권 말에도 별다른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흔들림 없이 국세청 조직을 이끌었다.
임 전 청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2015년부터 세금이 잘 걷히고 있다”며 “이것 하나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취임 2년차인 2015년 국세수입을 전년보다 6% 이상 늘렸다. 사상 처음으로 국세가 200조원을 돌파한 순간이다. 이렇게 세수가 확대된 덕에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국채를 따로 발행하지 않고 늘어난 세수만 갖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과는 세무조사를 오히려 줄이며 달성한 것이어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국세청의 연간 세무조사 건수는 1만8,000여건이었지만 임 전 청장 재임 1ㆍ2년차인 2014년과 2015년에는 1만7,000건으로 줄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임 전 청장 임기동안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이 개통돼 세원 관련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국세청이 사후 검증에서 사전 성실신고 지원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도 성과로 꼽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 박근혜 정부 말기 온갖 사건ㆍ사고가 잇달았지만 과거와 달리 국세청이 직접적으로 얽힌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임 전 청장의 공이다. 특히 그 동안 다소 홀대받았던 비고시 출신들을 중용하는 등 내부 개혁에도 힘써 직원들로부터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 전 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한승희 신임 청장을 중심으로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세청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