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에서도 쉬이 꺾이지 않고 의연하게 생명력을 발하는 들꽃처럼, 15년째 300여 개의 새로운 희망 씨앗을 채워가고 있는 사장님들이 있다. 작지만 당당한 ‘희망가게’를 꾸려가는 여성 CEO들의 이야기다. 세상의 많은 여성들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식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의 유지로부터 시작된 희망가게가 아름다운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된 지 올해로 15년째, 어느덧 300호점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름다운재단의 파트너십으로 진행되는 ‘희망가게’는 한부모 여성의 자립을 위한 창업 대출을 지원하고, 창업주와 그 가족들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사업이다. 무담보 신용대출지원 사업을 의미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권에서는 성공적인 사회공헌의 사례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희망가게는 음식점, 미용실, 꽃집, 매점, 세차장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지원해 한부모 여성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와주고 있으며 희망가게 창업주들은 창업자금뿐 아니라 컨설팅 등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창업주는 희망가게 창업 준비 초기부터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찾아가는 심리상담, 재무상담 및 교육, 공공주택컨설팅, 법률자문, 창업기술교육 등을 받는다.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창업 이후에도 개인 기술교육비 지원, 경영교육 프로그램 ‘희망경영학교’ 등을 비롯, 담당자의 지속적인 통합 지원을 통해 가게의 성공적인 운영과 온전한 자립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희망가게를 위한 기금인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의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과 가족들이 서성환 회장의 유산을 2003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면서 마련됐다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희망가게는 2004년 1호점 개점 이후 100호점(2011년), 200호점(2013년)을 거쳐 올해 300호점을 돌파했다. 그동안 자녀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 843명이 자립의 힘을 얻었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86%의 창업주가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창업자금 상환율 역시 매년 80% 이상을 보이는 등 안정적인 가게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조사 결과 희망가게 창업주들의 평균 소득은 창업 전 164만원에서 창업 후 282만원으로 약 1.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속되는 자영업 시장 침체,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최근 2~3년간 폐업률이 증가하는 등 희망가게 점주들 역시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재단은 창업주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컨설팅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희망가게 3차 모집은 8월 7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된다. 신청시 별도의 담보, 보증을 요구하지 않으며, 맏이 기준 25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여성(중위소득 70%, 월소득 2인 가구 197만원, 3인 가구 254만원 이하 조건)이고 구체적인 창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아름다운재단: www.beautifulfund.org / 희망가게 블로그: https://hopestore.beautifulfund.org)에서 참고사항 확인 및 지원서를 내려받아 우편 또는 방문 접수하면 된다. 문의는 02-3675-1240
■ 희망가게 286호점 창업주 장수진 씨
희망가게 286호점 대전 ‘장길춘 찌개&구들장구이’의 장수진 창업주는 요리를 좋아하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작년에 식당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창업주의 친정아버지 성함을 따서 지었다.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매출이 점점 오르는 것을 보면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다.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어렵고 외로울 때도 많지만 스스로 고민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때가 많다.
상권 특성상 가족 손님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녀의 풍족한 마음만큼 음식 가격도 저렴하게 유지하고 있다. 자신이 어렵고 힘들었을 때, 가족과 소박한 외식도 부담스럽던 시절을 생각하니 도저히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와 장사에 대한 그녀만의 바른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다.
이렇게 밝고 씩씩한 장수진 창업주에게도 가게를 열고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힘들게 모든 창업 준비를 마친 다음 달, 희망가게 창업주에게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지원을 한다고 하여 건강검진을 받았다. 가게를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기였기에 건강검진 소요 시간이 가장 적게 드는 뇌검사를 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뇌종양이 발견되었고, 다행히 전이는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위한 수술과 치료라는 당연한 선택 앞에서도 몇 번을 망설여야 했지만 그때마다 창업 준비 때부터 곁에서 함께했던 ‘아름다운재단’과 ‘대전여민회’ 식구들이 많은 조언과 힘을 실어주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가게에 복귀하고 난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직 그녀는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수술 때문에 가게를 오랫동안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가게를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마워서라도 도저히 가게를 닫을 수가 없었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기간에도 그녀는 희망가게에서 진행하는 경영교육 프로그램을 성실히 완수했다. 음식점 운영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인 원재료와 부자재 비용 관리, 인테리어 비용 등의 문제는 교육을 받으며 차츰 자신만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게 한 켠에 자리한 슈퍼 히어로 캐릭터 인형들은 엄마는 우리의 영원한 영웅이라며 딸들이 선물해준 것이다. 틈틈이 가게에 들러 일손을 돕고 가는 딸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당당한 사장님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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