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ㆍ선전매체 동원 비난
“동맹 허울 뒤집어쓴 올가미”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한 28일 “치욕적인 친미 굴종을 걷어치우라”며 기관지와 선전매체를 동원해 문 대통령의 방미를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친미 굴종이 빚어낸 희대의 정치만화’ 제하 글에서 한미 동맹을 “동맹의 허울을 뒤집어쓴 지배와 예속, 굴종의 올가미”라고 규정하며 “미국과 남조선 관계야말로 지구 상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주종관계”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 시사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연합훈련 축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 등을 지적하며 “숭미 굴종이 만연된 남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희대의 정치만화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북남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만약 남조선 당국이 진심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길로 나아갈 의사가 있다면 미국에 비굴하게 빌붙으며 동족 사이의 불신과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친미 굴종 행위부터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다른 기사에서도 “미국에 찾아가 그 무엇을 해결해보겠다는 것은 민족을 등지고 통일을 부정하는 용납 못 할 민족반역 행위”라며 “남조선 당국은 친미 사대근성을 버리고 동족을 모해하는 외세 공조 놀음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24일 발표한 공개 질문장에서 ▦외세공조 배격 및 자주적 남북관계 개선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삐라 살포 중지 등 비방ㆍ중상 중단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 위한 실천 조치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 배제 ▦제재ㆍ대화 병행론 철회 ▦보수정권의 대북정책 청산 조치 실행 ▦중국식당 집단탈출 여종업원 송환 ▦민족대회합 개최 등 남북관계를 푸는 데 필요한 9개 항의 선행조건을 제시하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직접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통해 유리한 정세를 만들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