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조사권 위임 사실상 거부
양승태 대법원장은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자는 판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 등 전국법관회의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거부함에 따라 사법부 내홍의 진화 여부가 주목된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사법행정 전반에 법관들의 의사가 충실히 수렴ㆍ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자는 결의를 적극 수용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관회의 구성과 상설화 절차 등에 대해서는 법관회의와 협력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 등 사법행정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사태 재발을 막고 사법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구성과 역할, 기능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첫 번째 결의사항인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추가조사 권한 요구는 거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국 법관들의 추천을 거쳐 자율적으로 꾸려진 진상조사위가 약 한 달 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면서 “결과에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비위나 위법사실 등이 드러난 판사에 대해서도 동의 없이 조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사법행정 담당자 문책과 사법행정업무 배제 요구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위의 평가와 권고를 존중해 조만간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만 답해 사실상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 공직자윤리위는 하루 전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를 지적하면서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는 지휘ㆍ감독 책임을 물어 주의조치를 해달라고 대법원에 권고했지만, 당시 행정처 소속이던 법관들에 대해서는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