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매년 원유 20만~30만톤을 수입해 왔다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했던 고위 탈북자가 밝혔다.
북한 통치자금 관리 및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에서 간부로 일한 탈북자 리정호(59)씨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 및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회사들이 20년 동안 북한 석유제품 수입을 중개해 왔다”며 “북한은 1990년대부터 러시아산 연료를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료는 대부분 경유로 싱가포르 중개업자들을 통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니홋카에서 들여 온다”고 설명했다.
리씨는 2014년 한국을 거쳐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39호실 산하 대흥총국 선박무역회사 사장을 지내는 등 외화벌이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은 유조선을 이용해 매년 20만~30만톤의 러시아산 원유를, 중국에서는 5만~10만톤 가량의 가솔린을 수입하고 있다. 또 송유관을 통해 중국에서 무상으로 매년 50만톤 규모의 원유를 제공받고 있으나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는다고 한다. 리씨는 “중국산 원유는 전부 군에 공급하고 일부는 비축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 제재로 원유ㆍ석유제품 수입이 끊길 경우 김정은 정권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북제재 공조를 둘러싼 균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러시아의 역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 동참을 위한) 압박을 지속하겠지만 중국이 떠난 공백을 러시아가 채울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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