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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속여 1조8000억원 대출… 남태평양 섬나라서 호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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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속여 1조8000억원 대출… 남태평양 섬나라서 호화 생활

입력
2017.06.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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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범행 ‘희대의 사기꾼’

사법공조로 1년9개월 만에 검거

대법원서 징역 25년 선고 확정

바누아투 지도. 법무부 제공
바누아투 지도. 법무부 제공

‘희대의 사기꾼’ 전주엽(51)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프린터와 휴대폰 충전기 등 통신기기를 제조해 KT ENS에 납품하는 주식회사 NS쏘울의 대표였다. 그러나 전씨 인생은 그가 KT ENS에서 협력업체 선정 업무를 맡은 영업부장 김모씨 등과 일확천금을 노린 천문학적 사기범행을 공모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전씨는 납품을 하지 않아 매출이 없는데도 마치 거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서류를 위조해 은행을 속이기로 마음 먹었다. 전씨는 “KT ENS에 납품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달라”고 요구한 뒤 그 대가로 협력업체 영업부장 김씨에게 자신의 법인카드를 건넸다. 김씨는 이 카드로 2009년 11월부터 4년여간 6,200여만원을 결제했다. 또 전씨는 대출을 위해 필요한 매출채권을 거짓으로 만들어주는 대가로 김씨에게 2,100여만원을 송금했다. 전씨는 이렇게 만든 허위 매출채권으로 2014년 1월까지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2곳을 속여 457차례에 걸쳐 모두 1조7,927억여원을 대출받았다.

전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2014년 2월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로 도주했다. 홍콩, 뉴질랜드를 거치며 치밀한 흔적 없애기 끝에 도착한 그만의 ‘파라다이스’였다. 그의 수중엔 대출사기로 확보한 돈 중 공범들과 나눠 가진 120억원이 있었다. 전씨는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에서 고급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명품을 구입하는 등 초호화생활을 누렸다. 또 도박을 하고 고급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하며 물 쓰듯이 돈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의 영화 같은 사기와 도피 행각은 1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법무부는 2015년 11월 은신처를 파악한 현지 사법당국과 공조해 전씨를 체포했고, 국내로 송환됐다. 전씨와 범행을 공모한 김씨는 징역 17년을 선고 받아 수감됐고, 다른 공범들도 징역 3~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ㆍ2심은 “전씨의 범행은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져 다수의 선량한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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