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간판 타자 나성범(28)은 최근 20일 넘게 ‘낯선 시간’을 보냈다. 지난 1일 오른 손목 통증이 워낙 심해져 2013년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심정은 답답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1군에서 빠진 것이 처음이라 그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돌이켜봤다.
나성범이 위안을 삼은 것은 팀 성적이었다. NC는 나성범이 빠진 기간(1~20일) 17경기에서 12승5패로 10개 팀 중 가장 높은 승률(0.706)을 기록했다. 팀이 부진에 빠질 경우 자칫 동료들에게 미안할 뻔했지만 홀가분하게 재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경기를 뛰어 몸이 힘들 수 있으니까 한 템포 쉬어가도 괜찮다”며 격려를 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손목 부상을 털고 돌아온 나성범은 1군에 올라오자마자 무섭게 변했다. 21일 SK와 복귀전부터 홈런을 치며 복귀 신고식을 치르더니 27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632(19타수 12안타) 4홈런 1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나성범의 합류로 힘을 받은 NC는 KIA와 공동 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성범은 “손목 부위는 부상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완전히 나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방망이를 돌릴 때 통증은 조금 있지만 참으면서 할 수 있는 정도다. 모든 선수들은 통증을 조금씩 안고 뛰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복귀 후 다치지만 말자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성적보다는 부상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팀 상황상 나성범의 어깨는 무겁다. 중심 타선을 이끄는 박석민(32), 재비어 스크럭스(30)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라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나성범은 “다른 선수들이나 선배들이 빠졌다고 해서 그 짐이 나한테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 말고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C는 올해 ‘젊은 피’ 위주로 리빌딩에 들어간 팀이지만 나성범은 “우리는 강 팀”이라고 자부한다. 4번 타자 에릭 테임즈(31ㆍ밀워키)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고, 이호준(41) 등 베테랑들이 중심에서 밀려났어도 나성범은 “우리 팀은 내가 빠져있을 때도 버텨낸 것처럼 위기 순간을 잘 극복한다”며 “한 단계씩 보이지 않는 발전을 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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