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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정상회담과 동맹의 조건

입력
2017.06.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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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언제나 떨리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여느 때보다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만남의 준비를 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두 나라 모두 새로운 행정부 하에서의 첫 정상회담이고, 지난 반 년간 외교적 동면 상태에 있던 한국은 여러 현안을 새 틀에 담아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의심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던질 직설적 화법과 돌발적 질문은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거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북핵, 사드 문제 및 한미외교와 관련된 최근 한국 내에서의 일련의 발언은 이러한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미동맹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고, 우리는 그 동맹이 언제나 굳건히 버티고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웬만한 충격에도 이 동맹은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믿음은 과연 얼마나 현실적일까? 우리는 과연 미국의 95%의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일까? 미국인들 다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개방적이고 국제적이지 못하다. 여전히 북한과 남한을 혼동하고,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95%의 일반 국민의 여론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취할 입장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의 복잡다단한 속마음을 동맹국이 다 알아서 이해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대통령과 소수의 정책전문가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동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우리 내부에서 동맹과 자주의 두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안보와 평화정착, 그리고 통일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한국은 끊임없이 창조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도, 중국도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를 반영할 뿐, 그러한 고민과 상상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한국 외교에 있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엇박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공조의 틀 아래에서 내는 엇박자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의 엇박자는 균열된 틈을 보여주게 된다. 동맹의 단층이 노출되면 북한과 중국은 매섭게 그 틈을 파고들 것이고,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입장을 보류할 것이다.

동맹과 자주는 그 자체로써 절대로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다만 어느 목소리를 어느 시점에 내는가에 따라 좋은 정책적 결과와 나쁜 정책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맞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입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과 맥락에 존재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맹은 공허하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는 동맹은 무용하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단순한 사실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준비된 성과와 합의를 바탕으로 동맹을 확인하고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말로 보아야 할 것은 정상회담에서 보여질 동맹의 온도와 색깔이다. 모양새가 달라 보여도 색깔이 맞으면 팀워크가 생기고, 겉으로 잘 어울려 보여도 색깔이 다르면 실질적인 공조는 어려워진다. 그 색깔은 결국 동맹의 온도가 좌우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동맹 외교의 모습을 종종 정형화된 흑백 필터를 통해 들여다보아왔고, 서로의 모양새를 맞추려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공감대와 접점을 통해 서로의 색깔을 맞춰야 하고, 동맹의 온도를 올려야 한다.

초반에 한미동맹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임기 내내 접점을 찾아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첫 정상회담에서는 개별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보다도 총론적 차원에서 두 나라가 같은 자리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같은 입장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내는 게 동맹의 우선 조건이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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