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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처음부터 1등은 없다”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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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처음부터 1등은 없다”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

입력
2017.06.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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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트럭 시장의 성장을 이야기 중인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 사진 볼보트럭 코리아 제공
수입 트럭 시장의 성장을 이야기 중인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 사진 볼보트럭 코리아 제공

“2020년까지 연간 4천 대 판매, 서비스센터 40개 이상 확충,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해 볼보트럭 코리아를 국내 상용차 업계 2위로 자리매김하겠다.”

국산 트럭 시장까지 넘보는 볼보트럭 코리아의 포부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58)은 국내 판매 2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그간의 발자취와 비전을 밝혔다. 볼보트럭 코리아는 2016년 수입 상용차 업체 최초로 연간 판매 2,000대를 돌파했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수입 상용차 업계 내 판매 대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20년 만에 전 세계 140여 개 볼보트럭 시장에서 10위 안에 드는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수입 상용 트럭 시장이 이토록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와 볼보트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볼보트럭 코리아 김영재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영재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왼쪽)과 헬렌 멜키스트 (Helene Mellquist) 볼보트럭 인터내셔널 세일즈 부문 사장(오른쪽)
2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영재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왼쪽)과 헬렌 멜키스트 (Helene Mellquist) 볼보트럭 인터내셔널 세일즈 부문 사장(오른쪽)

조두현(이하 조) 지난 8일이었죠? 2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김영재(이하 김) 수입차 업계에서 승용과 상용을 통틀어 20주년 행사를 연 건 아마 볼보트럭이 처음일 겁니다. 그때의 행사는 자축이라기보다 20년 동안 볼보트럭을 믿고 따라와 준 고객과 임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조 한쪽 팔이 마비된 연비왕 대회 우승자 이상인 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사=마비와 위암 이겨내고 이룬 트럭 운전사의 꿈)

김 국내 트럭 운전사들은 90% 정도가 지입차로 운행합니다. 차 한 대 가격이 지방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죠. 대부분 월요일에 운행 나오면 토요일에 들어갈 정도로 바쁩니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트럭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편안한 쉼터여야 합니다. 볼보트럭은 운전하기에도 쉬기에도 안락합니다. 그런 부분이 고객의 충성도를 키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달 10일 문을 연 볼보트럭 코리아 남양주 사업소
지난달 10일 문을 연 볼보트럭 코리아 남양주 사업소

조 볼보트럭이 내세우는 상품 특징은 무엇인가요?

김 안전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와 상대방 모두 다치지 않아야 합니다. 볼보트럭엔 사고의 피해를 줄여주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들어가 있습니다. 스웨덴은 전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낮기로 유명한데, 수년 내에 교통사고 사망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 제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스웨덴의 국민 기업인 볼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조 상용 트럭은 생산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김 맞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가동률이 떨어지면 하루에 수십만 원씩 손해를 보니까요. 그래서 트럭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됩니다. 고장이 나더라도 즉각 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죠. 볼보트럭이 지난 20년 동안 시장을 이끌어 올 수 있던 건 넓은 AS 네트워크와 빠른 부품 조달 속도 덕분이기도 합니다. 인천 송도에 부품 물류 센터가 있는데 본사로부터 일주일에 세 번 부품을 공급받습니다. 예를 들어 고장이 난 트럭 100대가 서비스 센터로 들어오면 이 중 97대는 바로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없는 부품은 긴급 주문을 통해 인천 물류 센터나 다른 곳, 본사 등에서 신속히 조달합니다. 가동률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죠.

볼보트럭 코리아의 원년 멤버인 김영재 사장은 영업과 AS 분야를 두루 거쳤다
볼보트럭 코리아의 원년 멤버인 김영재 사장은 영업과 AS 분야를 두루 거쳤다

조 효율성도 좋아야 운전사의 이윤도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김 볼보트럭은 6X2 트랙터를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짐을 실을 때는 뒤의 네 개 바퀴를 모두 땅에 붙이고, 달릴 때는 두 개를 들어 올려 연료 효율을 높였죠. 덤프트럭도 장거리 운송 효율에 좋은 싱글 리덕션 구조입니다. 그리고 2002년에 이미 지능형 변속기인 ‘아이 시프트’를 도입했죠. 지금은 100% 이 변속기를 단 모델만 들여옵니다. 한 번 갔던 길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변속 시점을 찾아 효율을 높이도록 업그레이드됐죠.

조 1997년에 회사가 처음 설립됐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김 한국 법인이 설립되기 전에는 대우자동차를 통해 볼보트럭이 판매됐습니다. 그땐 다른 수입 트럭 경쟁사가 두 배 더 팔던 시절이었죠. 볼보트럭 본사는 한국 상용차 시장의 잠재력을 봤습니다. 그래서 AS 네트워크의 확장 가능성부터 봤죠. 볼보트럭은 시장에 진출할 때 AS 네트워크부터 다져놓고 차를 팝니다. 단순히 차부터 파는 게 아니라 부품 조달 능력, 정비 기술 인력 등의 인프라를 먼저 고려하죠. 그리고 1997년 6월 10일에 볼보트럭 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 영업에 나섰습니다. 그해 하반기에만 52대를 팔았어요. 그리고 바로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1998년엔 32대가 팔렸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위기였죠. 한 달에 두세 대밖에 못 팔았어요.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할부 판매도 어려웠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거의 자정 전에는 퇴근을 못 했어요. 2002년이 돼서야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섰고, 회사 사정도 차차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택에 위치한 볼보트럭 코리아 종합출고센터. 총 4만7,524㎡ 부지에 약 2,500만 달러가 투자됐다
평택에 위치한 볼보트럭 코리아 종합출고센터. 총 4만7,524㎡ 부지에 약 2,5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조 지금 볼보트럭 본사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김 글로벌 트럭 시장을 크게 나누면 북미, 유럽, 남미 그리고 나머지입니다. 한국은 이 나머지 인터내셔널 시장에서 1등이고, 국가별로 따지면 10위입니다. 한국 고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요구 사항이 많습니다. 트럭의 성능과 AS 네트워크 수준 자체가 본인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면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요. 10년 전부터는 실적도 좋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 회사 원년 멤버라고 들었습니다. 그 전엔 무엇을 하셨나요?

김 기아자동차의 상용 부문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공업에서 12년 동안 일했습니다. 마케팅, TQC, 영업 등의 부서를 거쳤죠. 35세의 젊은 나이에 지점장도 했었는데, 현장에서 배운 실무가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책상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짜낸다 해도 현실적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요. 나중에 볼보트럭으로 와서 AS 네트워크를 개발할 때 과거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중요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지난 4월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KATRI)에서 진행된 ‘제 11회 볼보트럭 연비왕대회’. 볼보트럭은 해마다 빼놓지 않고 연비왕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KATRI)에서 진행된 ‘제 11회 볼보트럭 연비왕대회’. 볼보트럭은 해마다 빼놓지 않고 연비왕 대회를 열고 있다

조 한 회사에서 20년간 몸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나요?

김 (단호하게) 없었습니다. 다만 답답할 때는 있었죠. 예를 들어 사장이 되고 나서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려고 했는데, 본사 기준이 확고해서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조 20년, 롱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 롱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고요, 직장 다니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근태입니다. 옛말에 ‘출필곡 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란 말이 있습니다. 밖에 나갈 때와 집 안으로 들어올 때 반드시 부모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는 뜻인데, 회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본인의 일을 잘 처리하고, 들어오고 나갈 때 동료에게 안부 인사만 잘 건네도 직장 생활 잘한다는 소리 듣습니다. 예를 들어 전날 과음을 해서 오전에 사우나에 가더라도 정시에는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볼보트럭 코리아의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 조직은 크게 영업, AS, 백 오피스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자 맡은 일은 달라도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서 간 단합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내 동호회를 장려하고 있어요. 한 사람당 두 개씩 들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의사결정 과정도 빠른 편이고요. 퇴근할 땐 눈치 보지 않습니다.

조 은퇴 후엔 무엇을 하고 싶나요?

김 올해로 직장만 32년을 다녔습니다. 은퇴 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경험한 인생 교훈을 총망라해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땐 주위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어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 회사에 다녀보니 그 중요성이 실로 남다르더군요. 한창 성장할 시기의 순수한 아이들에게 뭔가 귀감이 될 만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아저씨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영재 볼보트럭 코리아 사장 약력

▲ 1959년 경상남도 거제 출생

▲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 1985년 아시아자동차공업 입사

▲ 1997년 볼보트럭 코리아 영업관리팀장

▲ 2005년 볼보트럭 코리아 영업 담당 이사

▲ 2006년 볼보트럭 코리아 세일즈 마케팅 총괄 부사장

▲ 2011년 볼보트럭 코리아 사장

볼보트럭은 어떤 회사?

볼보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로 1928년 설립됐다. 2001년 프랑스의 르노(Renault) 트럭과 미국의 맥(Mack) 트럭을, 2007년에는 닛산 디젤(現, UD트럭)을 인수해 대규모 트럭 제조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15개국 공장에서 중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생산 중이다. 140개국 2,000곳이 넘는 영업망을 통해 어디에서나 같은 품질의 트럭을 공급한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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