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여배우 중심의 영화는 안 만드는 걸까, 못 만드는 걸까.
영화시장을 대표하는 충무로에는 여전히 남성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마치 관습이라도 된 것처럼 변하지 않는 현상에 많은 여배우들은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가 없다"고 토로한다.
물론 최근 개봉작인 '악녀'는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다. 타이틀롤을 맡은 김옥빈은 이 영화에서 사활을 건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김옥빈의 도전은 스크린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 영화 '악녀' 의 김옥빈./ 사진='악녀' 스틸
하지만 김옥빈을 제외하고 최근 들어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여준 여배우는 없다. 대부분 남성 영화에서 누군가의 연인이거나, 극의 키를 쥔 '핵심 인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는 곧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20대 초반 여자 연기자의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연 배우로서 관객 앞에 나선 여배우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 '기이한 현상'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남성 중심 영화 제작에 열을 올려서겠지만, 막상 여성 영화 출연을 꺼리는 여배우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여배우들이 여배우 영화가 없다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하다"며 "여성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가 많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출연을 거절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 액션 연기에도 능통한 손예진, 하지원./ 사진=osen
특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는 경우 부상 가능성이 있는 액션 영화에는 출연을 극히 꺼리는 여배우들이 허다하다. 이 제작사 대표는 "CF 모델 계약이 돼 있는 경우 얼굴에 상처라도 날까 봐 몸을 조심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 역시 여배우들이 유독 스릴러물이나 액션에 몸을 사린다고 지적했다. "액션물이나 잔인한 장면이 삽입된 영화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광고 모델로 활약할 경우 이미지가 실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출연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시나리오를 주면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는 여배우들이 많다"고도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 남자 배우는 누구인지, 투자는 어디서 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투자가 잘 안 될 시 자신의 주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여배우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여배우들을 영화에 출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에 정통한 영화 관계자는 "이미지가 실추될까 봐, 광고가 떨어질까 봐 멜로물에만 출연을 원하는 여배우들이 많다"며 "지레 겁먹을 필요 없이 작품을 가리지 않는 게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제시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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