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차산업 메카 조성 계획
구청도 고층 호텔-업무시설 구상
문래역 주변 철공소까지 들썩
분양가 4억 아파트가 7억대 거래
“장기 프로젝트.. 투자 신중해야”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사.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백화점과 영화관도 입점해 있는 이 곳엔 하루 30만명의 유동 인구가 몰린다. 그러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등포역사를 나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낡음’이다. 시간을 비켜간 듯 오래된 건물과 어둡고 좁은 골목길이 펼쳐진다. 타임 스퀘어 등 일부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면 모두 저층 건물들만 빼곡하다.
영등포역 앞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서울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꼽히는 집창촌과 쪽방촌이 마주 보고 있다. 영등포청과시장을 지나면 철공소와 영세 제조업체가 줄을 잇는다. 철공소 밀집지로 들어가면 지하철 문래역 인근 아파트 단지의 담을 경계로 한쪽엔 주거지가, 다른 한쪽엔 금속ㆍ철재 등을 다루는 철공소들이 줄을 지어있다. 30~40㎡ 남짓한 소규모 철공소에선 기술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철공소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광화문, 강남과 함께 서울 3대 도심권으로 꼽히는 영등포역 주변의 현 모습이다.
오래된 상권과 노후한 시설로 저평가 받았던 영등포역 일대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특히 영등포의 낙후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집창촌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동안 가격 변화가 거의 없었던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낙후 지역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영등포역 일대 78만6,000㎡를 도시재생활성화 서남권 거점지역으로 선정해 5년간 최대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매입을 추진 중인 대선제분 부지와 구유지를 축으로 기계금속, 문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4차 산업 메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도 집창촌 일대에 39층 호텔과 22~29층 업무시설 등을 지어 기업을 유치하고 역세권에 활기를 불어 넣는 방안을 추가로 구상 중이다. 집창촌과 쪽방촌이 마주 보고 있는 영등포4가 426번지 일대는 영등포역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중 하나다. 구는 우선 집창촌 정비부터 손을 댄 후 쪽방촌은 주민들의 주거 대책을 마련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영등포역 일대에 ‘도심 재생’ 호재가 생기면서 부동산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3.3㎡당 1,500~2,000만원 거래됐던 집창촌과 쪽방촌 주변 건물이 최근 3.3㎡당 3,000만원 수준(호가 기준)까지 뛰었다. 문래역 부근 철공소도 리모델링을 해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으로 꾸미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발 호재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사라지며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문래동 S복덕방 관계자는 “집창촌이나 쪽방촌 인근 물건들의 가격이 몇 년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뛰었다”며 “집창촌 일대 부지는 워낙 입지가 좋아 개발 후를 생각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지만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가격도 강세다. 영등포시장역 영등포뉴타운의 아크로 타워스퀘어는 전용 84㎡가 층과 위치에 따라 4억원 중반에서 후반에 분양됐지만 영등포역 일대 개발 호재와 최근 부동산 열기 등에 힘 입어 현재는 7억원 중반을 달리고 있다. 한강조망을 갖춘 고층 가구는 8억원이 넘게 거래됐다.
그러나 개발을 앞두고 들썩이는 영등포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역 개발 사업은 5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라며 “사업이 10년 이상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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