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명에 최대 450만원 환급
“주택용에만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소비자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부장 홍기찬)는 27일 주택용 전력 소비자 869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누진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누진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인 소비자들은 1인당 최대 450만5,172원을 돌려 받게 됐다.
재판부는 “전기의 요금체계 구성이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을 잃거나 특정 집단에서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전기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택용 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전력에서는 주택용 전력과 같은 형태의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라며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이미 납부 받은 전기요금과 100㎾/h 이하 사용 시 적용되는 기본요금 및 전력량 요금에 따라 계산한 전기요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원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약관규정 무효확인청구 부분은 모두 부적법해 각하한다”고 밝혔다.
2014년 8월부터 전국에서 이어진 12건의 소송을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사용량에 따라 폭증하는 한전의 요금 규정은 국민들에게 불리한 약관이고, 국민은 전기를 쓰고 않고 회피할 수도 없어서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 12건 가운데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산지법 등에서 판결이 난 5건은 모두 원고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행 전기요금 약관이 무효에 해당할 정도로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지법에서 처음으로 법원이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재 남아있는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는 이날 승소 후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드디어 우리가 이겼습니다. 법원은 국민이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40년 이상 우리를 억압해 온 불공정의 바퀴를 바로 세운 것입니다”라며 “인천지법의 정의로운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께서 참여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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