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내로…인수가 1000억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선도업체인 미국 제록스의 유럽 연구소를 인수한다. “유럽에서 새 기회를 찾겠다”며 떠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새로운 도전이 하나 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주로 연구하는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제록스는 복사기 등 사무용품으로 유명한 미국 기업으로 20년 이상 AI를 연구해왔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제록스가 1995~2014년 20년 동안 한국ㆍ미국ㆍ일본ㆍ유럽ㆍ중국 특허청에 등록한 AI 관련 특허 수(151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애플 다음으로 많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그중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XRCE를 네이버에 넘기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록스가 보유한 XRCE의 특허 등 지적재산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 3분기 내로 XRCE 인수를 완료하고 ‘네이버랩스(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 유럽’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 XRCE 연구원 80명도 네이버랩스에 소속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 AI 업체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될 당시(2014년 1월) 직원 수 70명이었다”며 “XRCE는 2013년 MIT 선정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 들었을 만큼 연구진 면면도 구글, 페이스북 등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XRCE을 품에 안는 데는 지난 3월 네이버 의장직까지 내려놓고 유럽으로 향한 이해진 이사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이사의 주도로 네이버는 지난해 프랑스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투자사 ‘코렐리아 캐피털’에 1억유로(약 1,270억원)를 출자한 데 이어, 올 여름 파리에 문 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 센터 ‘스테이션F’에 지원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인수 역시 이 이사가 발판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네이버와 XRCE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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