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아쿠아포린4’ 발견
“후천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어”
남들보다 뛰어난 외국어 습득 능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흥미로운 건 인구의 약 80%가 이런 능력을 유전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포기했던 외국어에 다시 도전해볼 결심을 하는 게 타당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이화여대 공동연구진은 뇌에서 발현되는 ‘아쿠아포린4’라는 유전자가 언어 학습 능력 향상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내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 27일 자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의 특정 부위는 사람에 따라 두 가지(C, T) 구조(변이)가 있는데, 이 중 C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언어를 더 잘 학습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학생 45명을 모집해 영어권 국가들의 대학원 입학시험인 GRE에 나오는 난이도 높은 단어들을 5주 동안 공부하게 한 뒤 테스트했다. 그랬더니 아쿠아포린4 유전자에 C변이가 있는 학생들이 T변이를 가진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테스트 점수가 좋았고, 뇌 영상을 찍어보니 학습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가 6% 정도 더 커져 있었다. C변이 아쿠아포린4 유전자가 활성화하면서 해당 뇌 부위를 키웠고, 그 결과 어려운 영어를 더 잘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창준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은 “언어 학습 능력과 관련 있다고 추측되는 유전자는 일부 알려졌지만,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쿠아포린4의 C변이는 유전되며, 인구의 80%가 갖고 있다. 그렇다면 T변이를 가진 나머지 20%는 상대적으로 언어 학습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단장은 “언어 학습에 미치는 이 유전자 변이의 영향력은 인간의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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