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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연씨 아닌 장씨이고 부잣집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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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연씨 아닌 장씨이고 부잣집 데릴사위"

입력
2017.06.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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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교전' 안 '흥보만보록'이 시작되는 부분.
'박응교전' 안 '흥보만보록'이 시작되는 부분.

‘흥부전’의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 공개됐다.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김동욱 박사는 27일 송준호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박응교전(朴應敎傳)’ 뒷부분에 합본되어 있던 ‘흥보만보록’을 발굴, 공개했다. 한글본이어서 흥보 뒤에 붙은 ‘만보록’의 정확한 뜻한 알 수 없지만, 만보(晩報ㆍ뒤늦은 보은) 혹은 만보(萬寶ㆍ만가지 보배)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추적 가능한 흥부전의 가장 오래된 판본은 1853년으로, 1897년 일본인 하시모토 아키미가 1853년본을 고스란히 베낀 것이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남아 있다. 이번에 공개된 ‘흥보만보록’의 필사시기는 1833년쯤으로 추정된다. 이는 흥부전뿐 아니라 다른 판소리계 기록물보다 더 빠른 시점이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것은 프랑스 파리 동양어학교에 소장된 ‘남원고사(춘향가)’로 1864년 필사본이다.

내용도 특이하다. 흥부전은 40여개 정도의 판본이 전하는데 대개 경상ㆍ전라도를 배경으로 흥부와 놀부를 선악 대립구도로 놓는 경우가 많다. 흥부의 성도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서 따와 ‘박씨’ 혹은 ‘연씨’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흥부전의 새로운 판본이 실린 '박응교전'의 표지.
흥부전의 새로운 판본이 실린 '박응교전'의 표지.

그러나 ‘흥보만보록’의 배경은 평양의 서촌으로 지금의 평안도 순안면 일대다. 흥부와 놀부도 선악 대립 구도라기보다는 가난한 평민집에서 태어나 부잣집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등 똑같이 고생한 형제로 나온다. 다만 흥부는 본가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되돌아가는 바람에 고생을 사서 한다. 또 나중에 흥부는 무과에 급제, 덕수 장씨(德水 張氏)의 시조가 되었다고 묘사됐다.

김 박사는 ‘흥보만보록’을 판소리의 ‘서도 기원설’과 연결 지었다. 그는 “판소리는 호남지역 무가에서 발생됐다는 견해가 통설이지만 흥보만보록은 평양을 배경으로 삼았고, 흥부가 황해도를 본관으로 하는 덕수 장씨가 된다고 설정해뒀다”면서 “호남지역이 판소리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흥부전의 배경 설정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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