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을 하다가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활동을 하다가 2차 사고로 당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숨진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직장 상사와 함께 동료 집을 방문해 해외출장 업무에 대해 논의했다. 업무를 마치고 혼자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그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사고 차량 앞쪽에 자신의 차를 세우고 사고 차량 안에 있는 탑승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A씨는 탑승자의 움직임이 없는 등 상태가 심각해 보이자 119에 신고를 하고 갓길에 서서 구조차량을 기다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트레일러 차량에 들이 받힌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고 구조를 위해 갓길에 서 있던 건 업무와 관련 없고,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며 유족들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건 출장 범위 내의 행위”라며 “A씨가 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행위를 한 것도 출장지에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행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고 이를 자의적이거나 사적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도로 사고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고, 그 경우 운전자는 사고를 그대로 지나치거나 자신의 차를 세우고 구조활동을 하는 행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며 “사고를 지나친 사람을 비난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목격하고 구조를 한 사람을, 사고를 지나친 사람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게 우리 사회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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