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태안 35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 10% 대
곳곳에서 관정 개발 관련 물싸움
극심한 가뭄에 충남 서북부지역에서 ‘저수율 0%’저수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관정개발을 놓고 농민간 ‘물싸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충남 서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서산ㆍ태안 35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겨우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저수지 저수율은 하루 평균 1% 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저수율이 0%인 저수지도 3개나 된다.
태안군 송현저수지에 이어 서산시 해미면의 산수저수지, 서산시와 당진시에 걸쳐 있는 대호호 저수율도 0%로 떨어졌다.
저수용량 1억2,000만톤의 초대형 담수호인 대호호는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 하루 10만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바닥을 완전히 드러내 현재 당진 석문호와 아산공업용수 등을 통해 20만톤의 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또 신송, 성암, 수룡, 모월저수지가 각각 1%대여서 다음 주 초 저수율 0%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풍전(2.3%), 고풍(2.7%), 용현(5.5%), 창기(7.1%), 사창(7%), 신창저수지(5.1%) 등은 10% 미만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통상 저수지 저수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면 수로를 통한 용수 공급이 쉽지 않아 사실상 저수지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고 농어촌공사는 설명했다.
저수지 물이 마르자 지하수 개발에 따른 농민간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23일 오후 충남 서산에 있는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 해미면 관유리에 사는 주민들이 찾아와 물을 돌려놓으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농어촌공사가 1주일 전 동네 어귀에 하루 500톤 사용 가능한 규모의 대형 관정을 판 이후 마을 소형 관정이 말라버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소형 관정을 통해 밭이나 논에 물을 대거나 생활용수로도 썼는데 대형 관정 개발 이후 물이 끊겼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서산시 인지면에서 대형관정을 시추해 물이 말라버린 저수지에 공급하려 했으나 주변 주민들이 지역 관정이 말라버린다는 이유로 반대해 관정 개발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서산시는 충남도 등으로부터 긴급 지원받은 24억6,000만원을 투입, 소형 관정 150공과 중ㆍ대형 관정 19공을 개발예정이나 주민간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저수지 물을 조금씩 나눠 꼭 필요한 농경지에 공급하거나 대형관정 개발 등을 통해 물을 대는 방식으로 가뭄을 이겨내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저수지 물도 바닥나 영농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 관계자는 “가뭄으로 지표면에 가까운 곳의 우물이나 소형 관정은 대부분 물이 말랐거나 양이 줄고 있다”며 “농민들이 관정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민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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