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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보기] 마냥 좋을 순 없는 다국적 제약사 무료 신약

입력
2017.06.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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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의약품 무상 공급하면

건보 적용 때 혜택 ‘개정안’ 예고

환자 의료비 부담 줄여 주지만

특정 약에 의존성 높이는 효과

제약사의 약가 협상 수단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국적 제약사가 값비싼 신약을 환자들에게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는 것은 약일까요, 아니면 독일까요. 보건당국이 비급여 의약품을 무상으로 공급한 제약사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2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최근 사전 예고했는데요. 개정안은 제약사가 비급여 의약품을 1년 매출액의 3% 이상 무상 공급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심사할 때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건보 급여가 적용돼야 고가의 약을 대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제약사들은 건보 급여 심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데요.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인 ‘당근’인 거죠.

난치병이나 희귀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비싼 약값 탓에 ‘재난적 의료비’로 고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상 공급 확대는 일견 적절해 보입니다. 건보 급여 적용 심사를 할 때,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들인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환수하기 위해 높은 값을 부르고 보건당국은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러다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길어지면 환자들의 경제적 고통이 커집니다. 이 경우 제약사들은 한시적인 비급여 의약품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는데요.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이 고가의 유방암 신약 ‘입랜스’에 대해 월 최대 160만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에게 되돌려주기로 한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제약사의 판촉 활동을 보건당국이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비급여 의약품 무상공급이 특정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의존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제약사는 이를 무기로 보건당국과 약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입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2007년 에이즈(AIDS) 치료제인 ‘프레지스타’에 대해 건보 급여 적용이 될 때까지 무상 공급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약가 협상에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곧바로 비급여 전환 신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의 우려가 커졌고, 얀센은 2010년 보건당국과 약값 40%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노바티스 역시 2001년 4월부터 일부 환자들에게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무상 공급하다가, 약가 협상이 어려워질 때쯤 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높은 약값을 관철시켰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심평원은 당초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규정 시행을 3개월 뒤인 9월30일로 연기했는데요. 환자도 돕고, 무상공급의 부작용도 막을 수 있는 묘수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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