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신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
여행과 유학, 주재생활, 현지취업 등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이가 크게 늘었다. 대부분 다른 국가에선 그들이 제시한 신체검사 기준을 통과해야 입국허가 증명서(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준비할 내용이 많아 신체검사가 늦어져 비자발급이 지연되는 안타까운 일이 가끔 있다.
신체검사 내용ㆍ방법은 나라마다 좀 다르지만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은 가슴 X선 촬영이 기본이다. 대부분 별 문제 없지만 가슴 X선 사진에 결핵을 앓은 흔적이 있거나 다른 감염이 의심될 때 객담 검사로 활동성 결핵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돼야 비자가 나온다. 문제는 객담 배양 검사에 8주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결핵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가슴 X선 상 결핵 흔적이 있다면 두 달 이상 시간을 갖고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게 좋다.
간혹 결핵 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증상도 없고 가슴 X선 사진에도 아무 변화도 없어 괜찮다는 담당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며 객담검사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제출한 소견서가 도움은 되지만 규정상 소견서만으로는 비자가 나오기 어렵다. 대부분 각국 이민국의 담당의사에게서 객담검사를 받도록 하므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또 전에 촬영한 가슴 X선 사진을 가지고 오면 비교 판독할 수 있어 도움된다. 하지만 신체검사 직전에 지정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X선 사진은 비자 발급을 위한 진단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정상인데 왜 문제를 삼느냐고 항의하는 이도 종종 있다. 가슴 X선 사진의 판독 기준은 가고자 하는 나라의 이민국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까다롭다. 또한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이 높아 많은 다른 나라에서 엄격한 기준의 검사결과를 요구한다.
미국의 이민 비자를 받으려면 예방접종이 필수다. 유아수첩이나 접종카드 등이 있다면 신체검사할 때 지참해 증명한다. 본인이 예방접종을 맞고 오면 접종 간격이 맞지 않아 필요한 주사를 맞지 못할 수 있으므로 지정 병원 담당의사와 상담한 뒤 필요한 접종을 한다.
또 미국 유학을 위해 신체검사를 할 때 학교마다 요구하는 양식을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검사항목과 증빙서류를 챙겨 지정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예방접종 기록이 없다면 지정 병원에서 접종하거나 항체검사로 대체할 수 있다.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약 이름과 용량을 알고 있어야 한다. 비자 신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의료진에게 알릴 수 있다.
아울러 가려는 나라의 풍토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나 미국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 접속하면 국가별로 주의해야 할 질병정보와 예방접종 항목을 참고할 수 있다. 황열, A형 간염 등의 접종은 항체 형성에 10일 이상 걸리므로 미리 확인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즐거운 여행과 해외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챙기는 센스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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