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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최대한 얻어내자”, 정부 “지금은 대통령 도울 때”

입력
2017.06.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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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친화 정부에서… 출발부터 삐걱대는 노정 관계

민노총 내일부터 ‘총파업 주간’

정부 “적절치 않아” 서운함 표출

노동계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정부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주요 현안들 각론에서 입장 차

명분 약한 총파업에 우려의 시선

“정부가 적극적 채널 구축” 목소리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6ㆍ30 사회적 총파업’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긴장감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노동친화적 정책을 내세운 정부에서 협력적 노정 관계 정립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기회에 최대한 얻어내자”는 노동계의 적극적 행보에 정부가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며 서운함을 드러내는 등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를 ‘사회적 총파업 주간’으로 정하고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만원비정규직철폐공동행동(만원행동),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공공비정규직노조 등의 단체가 주축이다. 초ㆍ중ㆍ고교 급식과 교무 보조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 1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최저임금 즉시 1만원 달성 ▦비정규직 철폐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박근혜 정부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책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무기계약직을 양산해 노동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느냐”며 “이번 집회는 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정당한 파업권 행사”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현 정부에서 사실상 노정 대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불편하고 서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한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앞장 서서 실천하는 문 대통령을 도울 때”라며 “민주노총은 새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려는 뜻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로서는 (총파업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수 차례 노동계에 ‘속도 조절’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도 21일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의 ‘기다리라’는 요구에 마냥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계를 들러리로 여겼던 과거 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로 민주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나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해 대화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노조의 입장이 다른데, 무조건 정부를 따르고 기다려 달라는 것은 전임 정부의 접근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얼마 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옥중서신을 보내 “(이번 총파업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개혁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 전문가들은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정권 출범 초기부터 시행되는 이번 총파업의 명분이 많이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실제 민주노총의 요구는 정부 정책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단지 각론에서만 다소 차이가 있는 게 대부분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제를 드러내고 주위를 환기하기 위한 파업을 할 순 있지만, 노동계가 자기 이해만 주장하기보다 사회적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을 지원한다는 파업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정부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파업에 대해 의아해하는 일반 국민들이 많은 것은 현 정부가 전임정부와 달리 노동 권익 개선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 추진이 궤도에 오른 후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파업도 아니고, 이제 막 대화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파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계와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정부의 입지를 줄이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화 채널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온다. 지난 정부 시절 노동계가 정책 입안 과정마다 소외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신뢰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노사개혁태스크포스(TF) 팀장을 지낸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사정위원회 위상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낮은 단계의 대화채널을 지역별, 업종별 등으로 다각화해 노동계와 대화하며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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