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가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측근을 통해 바른정당 합류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도 불똥이 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6일 출간한 저서 ‘나는 반성한다’에서 홍 전 지사가 바른정당 창당 당시 측근을 통해 합류 의사를 전해왔다고 공개했다. 당시는 홍 전 지사가 2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었던 때로, 홍 전 지사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그러나 (홍 전 지사는) 그대로 자유한국당에 남아 버렸다”며 “친박을 몰아낼 테니 그 이후에 당을 합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정 전 대표는 또 “홍 전 지사는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친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호기롭게 자유한국당에 남았지만,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며 “한국당에서 친박을 몰아내기는커녕, 친박과 그 지지층에 기대어 대선에 출마하고 20%대 지지율을 받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또 “나는 이것이 바로 가짜 보수의 한계라고 생각한다”며 “주머니 속의 한 줌 권력을 버리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한국당 당 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 전 지사와 경쟁 중인 원유철 의원이 이날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충격적인 사실”이라며 홍 전 지사가 바른정당 입당을 타진했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홍 전 지사도 발끈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거짓말”이라고 정 전 대표를 몰아세웠다. 홍 전 지사는 “바른정당 창당 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해 오라고 했지만, 재판 중이니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못 된다고 답했다”며 “그런데도 바른정당에 와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승민 의원과 경선을 하는 게 어떠냐고 설득하기에 같은 답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합동연설회에서 이를 거론한 원 의원을 향해 “당사자한테 확인도 없이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별렀다. 그는 이어 “저런 후배와 경선하는 게 부끄럽다, 비겁한 행동”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