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문제 트럼프와 달리 ‘중립’
사우디 왕실 인맥 장악 쿠슈너에
중동 정책 주도력도 밀리는 모습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간의 조율되지 않는 모습들은 틸러슨 장관의 백악관 내 입지가 상당히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들과 단교로 갈등이 첨예해진 카타르 사이에서 미국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국가들의 단교 선언 직후 트위터에 “내 중동 방문의 성과”라며 사우디 편을 드는 발언을 했고, 지난 9일에는 “카타르가 테러리즘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카타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틸러슨 장관이 양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선 직후 나온 것으로 틸러슨 장관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불일치는 틸러슨이 백악관 내에서 중동정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NYT는 설명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재러드 쿠슈너 고문과 틸러슨 장관 중 누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주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현실에 둔감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사실상 중동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쿠슈너에게 밀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쿠슈너는 틸러슨보다 정확한 판단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예로 쿠슈너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친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와 관계를 구축해왔는데, 틸러슨은 왕위 계승에 있어 특정 인물을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쿠슈너의 이 같은 행보를 경계해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빈 살만 왕자가 기존 서열 1위였던 살만 국왕의 조카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 사우드를 밀어내고 새로운 서열 1위로 등극하면서 쿠슈너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은 계속해서 미국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25일 틸러슨 장관은 성명에서 “사우디 등 4개국의 요구사항 중 몇 가지는 카타르가 지키기 매우 어렵다”면서도 “여기에는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기반을 제공할 의미 있는 영역도 있다”며 관련국들이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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