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보수성향 단체 지원엔
“세법 규정 따라 점검하겠다”
재원조달을 최우선 과제 추진
국세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61) 씨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씨의 은닉재산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느냐”고 묻자 “현재 세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최씨의 재산을 숨겨둔 것으로 추정되는 400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자금이 흘러간 의혹에 대해서도 “세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최씨 일가의 은닉재산에 대한 조사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3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게이트’의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씨 부친인 최태민 씨 일가 친척 70명의 재산이 2,730억원에 달한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의 구체적인 재산 내역은 국세청 신고가 기준 2,230억원 규모의 토지ㆍ건물 178개와 500억원 규모의 금융자산 등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과 자금출처, 세금탈루 혐의 등에 대해 엄격한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한민국어버이연합ㆍ국민행동본부 등 보수 성향 단체를 지원한 의혹에 대해서는 “세법 규정에 따라 잘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보수단체가 지원 받은 금액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점을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일가가 상속과정에서 세금을 회피한 의혹에 대해선 “조사 결과 국세청이 인지하지 못한 비위가 나오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정 운영과 관련해 한 후보자는 “재원조달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을 핵심 기조로 삼아 향후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할 예정인 만큼 세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세청이 ‘탈루세금 강화’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연평균 5조9,000억원이다. 그는 “대기업ㆍ대자산가의 편법 상속ㆍ증여, 기업자금의 불법유출과 사적 이용, 지능적인 역외탈세 등 변칙적인 탈세 행위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힘을 줬다. 그는 또 “고액ㆍ상습 체납은 명단공개, 출국규제 등을 통해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사통’인 한 후보자가 재원 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강행함으로써 기업의 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납세자에게 부담이 되는 세무조사나 사후검증 등은 줄여나간다는 게 국세청의 기본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ㆍ중소납세자에 대해서는 사업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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