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키슬략 송별 파티
영구 귀국설에 무게 실려
커넥션 실체 규명엔 암운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의 선거 개입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세르게이 키슬략(66)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간다. 미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 당사자의 돌연한 귀국으로 정치 커넥션 사건의 실체 규명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25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정부가 키슬략 대사를 내달 중 소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의 러시아 귀국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이런 보도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미-러기업위원회’는 내달 11일 워싱턴 세인트리지스 호텔에서 키슬략 대사의 송별 파티를 열기로 해 일시적 소환이 아닌 영구 귀국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키슬략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결정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대선 전후 잇따라 비공식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그와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고도 거짓 보고해 낙마한 플린 전 보좌관 사례를 계기로 대선 개입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쿠슈너 역시 같은 달 키슬략 대사와 만나 미-러 비공개 대화채널을 구축하자고 논의한 회동 사실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러시아 정부는 그간 미 대선 개입설을 줄곧 부인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정부 차원의 미 대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와 관련, “사실이 아닌 추정”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정치 스캔들 핵심 인물인 키슬략 대사마저 소환되면서 ‘꼬리 자르기’ 비판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키슬략 대사는 ‘외교관들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그만큼 외교와 스파이 행위를 넘나드는 첩보 활동에 능했다는 의미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주미 대사로 발탁된 이후 9년째 업무를 수행해 왔다. 공화ㆍ민주당 가릴 것 없이 주요 인사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 정가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만남이 물밑에서 이뤄져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키슬략 대사의 후임으로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내정됐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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