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포함하면 ‘청불’ 뻔하니
출시 당일까지 등급 신청 미뤄
“은근슬쩍 ‘12세’ 받으려다 실패”
“뒤늦게 거래소 제외하며 역효과”
‘사전 예약자 550만명.’ ‘출시 첫날 매출 107억원.’ ‘이틀 만에 양대 앱마켓 매출 1위.’.
21일 출시한 ‘리니지M’으로 모바일 게임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대박 흥행 성적과 상반되게 출시 동시에 주가가 급락했고 회사 안팎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요. 리니지M 출시 하루 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날 엔씨소프트 공매도가 사상 최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공매도는 악재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만 시도하는 투자이죠. 리니지M의 어떤 점이 주가 하락을 확신하게 만든 것일까요.
답은 20일 공개된 ‘거래소 시스템 누락’ 소식입니다. 리니지 이용자(유저)들에게 거래소 시스템은 특별한 의미입니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됐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죠. 당연히 거래소 콘텐츠가 포함된 리니지M을 기대했던 유저들은 ‘반쪽’ 게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바로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 정책상 현금을 써야 하는 아이템 거래소가 들어가면 청소년이용불가(청불) 판정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은 이용자들을 안고 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20일 사전 다운로드 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가 게관위에 19일까지도 리니지M 게임 심의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사들은 보통 자율적으로 연령 등급을 매기지만 성인용 게임이라면 사전에 게관위의 등급 판정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사전 다운로드 직전까지 리니지M을 게관위에 가져가지 않았다는 건 청소년 이용 가능 게임이란 확신이 있을 때만 가능한 셈입니다. 애초에 거래소 누락이 정해져 있었는데 출시 전날에 이를 알렸다면 ‘늑장공시’라는 심각한 위반행위로 연결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거래소 시스템과 ‘12세 이용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최대한 게관위와의 논의를 미뤘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죠.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거래소가 있는 리니지M을 12세 이용가로 매겼는데 게관위에서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구글이 반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슬그머니 12세로 신청해 놓고 출시 후 해결해보려던 전략이 불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협회와 앱마켓들이 수시로 거래소와 관련해 게관위와 협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리니지M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 보고 기다린 것”이라며 억울해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1일에서야 게관위에 심의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리니지M 희망 등급을 청불로 분류해 뒀습니다. 게임 개발사들은 청불 등급이 확실할 경우 최소 출시 3주 전에 심의를 요청한다고 하네요. 엔씨소프트가 3주 동안 심의 요청 대신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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