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매각 조건 ‘경업금지’ 만료
내년 목표 정수기 판매법인 준비
원조 노하우로 시장 흔들기 전망
자금 부족 ‘찻잔 속 태풍’ 평가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매각 후 5년 만에 국내 정수기 시장에 다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존 정수기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수기 사업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윤 회장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거라는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내년 2월 이후 국내에 정수기 판매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관련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웅진은 지난 2013년 1월 사모펀드 MBK에 코웨이를 매각하면서 향후 5년간 국내에서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競業)금지’ 조항을 맺었다. 코웨이 인수 효과를 최대한 누리려는 MBK의 요구를 윤 회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제한이 풀리는 내년 2월이 다가오면서 윤 회장의 복귀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화장품 판매 법인 ‘웅진릴리에뜨’를 설립하고 그룹 모태 사업인 방문판매 사업 재건에 시동을 걸었다. 또 경업금지 제한이 없는 터키 등 해외에서 정수기 방문 판매 사업을 시작하며 본무대인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특히 윤 회장은 지난해 매물로 나왔던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며 정수기 시장 진출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사모펀드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가했던 웅진은 동양매직 인수 후 2대 주주에 머물다가, 내년 2월 이후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의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기존 정수기 업체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렌털 판매와 정수기 관리 서비스 등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코웨이를 국내 1위 정수기 업체로 만든 윤 회장의 사업 노하우가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도 업체들이 웅진 복귀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특히 과거 ‘웅진코웨이’라는 사명을 썼던 코웨이는 웅진의 시장 재진입이 소비자 제품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의 사업 노하우와 웅진의 브랜드 파워가 결합하면 웅진이 시장 판도를 흔들만한 주도적 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복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윤 회장이 떠나있던 5년간 코웨이의 시장 장악력이 더 강해진데다, LG와 SK,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이 정수기 시장에 새로 진출해 경쟁 상황은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웅진의 자금력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아무리 윤회장이라도 부족한 자금력을 조직력으로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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