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사병 폭언ㆍ폭행”
육군 39사단장 가혹행위 폭로
“담배 피울 때 재떨이도 들게 해”
현역 육군 사단장이 휘하 장병들을 폭언 폭행하고, 술상을 차리게 하거나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 있게 하는 등 사실상 ‘노비’ 취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제보를 통해 육군 39사단장 문모 소장이 사병들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구두 경고 외 특별한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문 소장은 올해 3월 30일 늦은 밤 공관병 A씨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한 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A씨 뺨과 목을 폭행했다. 전임 공관병 B씨가 근무할 때는 오전 1시쯤 불러 공관 보일러를 켜게 하고,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며 화를 내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병에게는 운전을 험하게 한다며 심한 욕을 퍼붓는 게 다반사였다.
휘하 장병들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공관병에게 공관 텃밭과 자신이 기르던 난 30여개를 관리하게 했고, 한 당번병에겐 자신이 다니는 대학원 과제를 맡기기도 했다. 주말 골프 등 개인적으로 민간인을 만나는 일에 운전병이 모는 관용차를 타고 간 적이 많았다고 피해자들은 털어놨다. 담배를 피울 때 전속부관에게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게 했다는 증언, 휴대폰으로 온 전화를 대신 받아 건네면 통화 후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일들을 군이 제대로 감찰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A 공관병이 군 제대 후인 지난해 5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지만, 육군본부 감찰실은 “폭행을 목격했다는 기무부대장 김모 중령이 ‘얼굴을 툭 쳤다’고 진술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진술이 서로 달라 폭행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결론적으로 구두 경고로 그친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며 “군 자정기능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청년들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군 복무를 하러 간 것이지 노비 생활을 하려고 젊음을 희생하는 게 아니다”라며 “군 장성들이 장병들을 노비처럼 부리는 전근대적인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판 ‘사노비’ 제도로 전락한 장군 공관병 및 운전병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당시 해당 사단장에게 엄중 경고했다”라며 “(제기된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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