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먼 거리를 달려 집을 찾아온 ‘돌아온 백구’가 있다면 호주에는 주인 직장으로 찾아간 비글이 있다. 최근 동물전문매체 도도는 실종된 후 주인의 직장 앞에 나타난 반려견의 사연을 전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에 사는 비글 종 ‘클레오’는 목줄을 벗고 달아나는데 타고난 솜씨를 지녔다. 클레오를 실험동물 구조단체에서 입양한 반려인 릭 고다드 씨는 도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레오가 머리를 당겨 목줄을 쉽게 벗어버리는 모습은 마치 마술사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게 클레오는 몇 번 목줄을 벗고 달아난 전력이 있는데, 다행히도 모두 몇 시간 후면 집에서 멀지 않은 동물병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가족 모두를 매우 걱정시킨 일이 발생했다. 고다드 씨의 아내가 클레오와 다른 반려견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 클레오가 목줄을 풀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가족들 모두 찾아 다녔지만 클레오는 이틀 밤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다. 고다드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클레오의 실종 소식은 수백 회 공유됐지만, 클레오를 목격했다는 사람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실종 사흘 째 아침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클레오를 발견했다. 아니 정확히는 클레오가 고다드 씨를 찾아왔다. 클레오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침 일찍 출근한 고다드 씨의 직장 동료로, 그는 회사 문 앞에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있는 클레오와 마주쳤다. 몇 분 후 고다드 씨도 직장에 도착했고,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제껏 단 한번도 직장에 데려온 적이 없는 클레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무실은 클레오를 잃어버린 공원에서 2㎞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클레오를 찾았다는 소식을 알렸고 얼마 후 직장에 도착한 가족들과 클레오는 기쁨의 상봉을 했다.
클레오는 고다드 씨가 그 빌딩 안에 있을 거라고 알았던 걸까, 아니면 우연일까. 반려견 훈련사 스콧 헌트 씨는 호주 ABC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답은 개의 후각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공원 쪽으로 바람이 불면서 실려간 냄새를 통해 주인과 가장 가까운 장소를 찾아냈다는 것. 그는 이어 “고다드 씨의 직장 근처에 왔을 때 주인의 차나 주인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냄새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클레오가 다시 실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다드 씨의 가족은 목줄 대신 가슴줄(하네스)을 마련했지만 똑똑한 클레오는 그 또한 벗어버리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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