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의 90~125%까지 인상 등
시나리오 만들어 파급 효과 추정
정부 “결정 아직…” 선 그었지만
문 대통령 공약 현실화 고조
시민 생계용 화물차 300만대 추정
‘제2의 담뱃값 인상’ 파동 우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을 세금 인상으로 최소 90%까지 높여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경유세 인상을 통한 미세먼지 감축 효과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고, 과거 담뱃값 인상 때처럼 ‘서민 증세’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커 향후 추진 과정에서 난관도 예상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다음달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결과는 작년 6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조세재정연구원ㆍ환경정책평가연구원ㆍ교통연구원ㆍ에너지경제연구원이 기재부ㆍ환경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의뢰로 지난 1년간 연구한 자료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미세먼지 대책 수립 당시, 부처별 의견이 가장 갈렸던 지점이 ‘경유값을 인상하면 정말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있느냐’하는 부분이었다”며 “이 부분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100대 85대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용역 결과에선 휘발유 가격은 100으로 유지한 채 경유의 상대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10여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세먼지 감축효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추정했다. 한 기관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에 따른 미세먼지 절감 효과를 살펴보는 연구용역이기 때문에 경유 가격을 낮추는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저부담’ 시나리오는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90%로 소폭 올리고 LPG는 그대로 50%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중부담’ 시나리오는 경유를 휘발유값 수준까지 올리고 LPG도 65% 수준까지 높이는 안이다. ‘고부담’ 시나리오에선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25% 비싸지고, LPG 가격도 75%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지난달 기준 정유사의 평균 유류 판매가격(휘발유 리터당 1,365.18원, 경유 1,143.80원)에 대입해 보면, 저부담 시나리오에서 경유 가격은 지금보다 리터당 약 85원 상승한다. 중부담 시나리오에선 리터당 221원, 고부담 시나리오에선 리터당 약 563원 급등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현재 단계에서 경유세 인상 여부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용역 결과는 어디까지나 수행기관의 자체 분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먼저 ‘경유세 인상→경유차 감소→미세먼지 감축’의 도식이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며 “각계 의견을 반영한 최종안을 8월에 확정해 이후 관계부처간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정상 올해 세법개정안에 경유세 인상 방안을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관련해 “2030년까지 경유차의 운행 중단”을 해법으로 제시한 만큼, 이를 실현할 수단으로 경유세 인상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화할 공산은 큰 상태다.
앞으로 경유세 인상 여부를 두고 진통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체 경유차(862만대ㆍ2015년말 기준) 가운데 300만대 이상은 서민 ‘생계용’ 화물차로 추정된다. 간접세인 경유세가 인상되면 서민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게 뻔해 ‘제2의 담뱃세 인상’ 파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높은 연비와 낮은 기름값 매력에 경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3월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8%가 경유세 인상에 반대했다. 또 차량연료용 경유의 40%를 소비하는 화물 운송사업자들이 유가 보조금을 받고 있어 경유세 인상의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에너지 세제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공산이 크다. 실제 지난 14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관한 ‘에너지 세제개편 정책토론회’에서도 수송용 에너지보다는 대기오염 유발의 주범으로 평가되는 석탄 등 발전 부문의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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