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법 개정안 내달 시행
반려동물 자가진료 원천 금지
소ㆍ돼지 등 농장동물은 가능
자가처치 허용기준 논란 계속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내달부터 개ㆍ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자의 자가진료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강제임신, 불법 제왕절개 등 일명 ‘강아지 농장(동물생산업체)’에서 벌어졌던 무면허 진료 행위가 원천 금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반려동물만 제외됐을 뿐 가축으로 분류되는 농장동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가진료가 허용되고 있고, 예방 목적, 돌봄 수준의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자가진료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은 수의사 외에 사람이 진료할 수 있는 대상이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인데 비해, 내달부터는 소, 돼지, 닭 등 가축으로 분류되는 농장동물에 한해서만 무면허 진료가 허용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5월 SBS의 ‘TV동물농장’이 고발한 강아지공장의 실태에서 촉발됐다. 업주가 주사기를 이용해 어미 개에게 인공수정을 하는 모습, 불법 마약류를 이용해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수의학계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동물 소유자의 자가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제도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현행법(수의사법 제10조)에도 수의사 자격증 없이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산간 등 오지에서 가축을 기르는 축산농가의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해서는 일부 진료를 허용해 줄 목적으로 지난 1994년 시행령을 통해 규제가 완화됐다. 그간 동물복지 개념이 불분명한 틈을 타 사실상 가축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무분별한 동물 의료행위가 허용됐던 셈이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를 금지하긴 했지만 ‘사회상규’상 인정되는 수준의 자가처치는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사례집을 통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처럼 자가처치의 기준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예방 목적으로 동물약품을 투약하는 행위 ▦수의사의 처방과 지도에 따라 하는 투약 행위 ▦전문 지식 없이도 할 수 있는 처치나 돌봄 등은 자가처치로 간주돼 처벌 받지 않는다.
그러나 자가진료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약을 바르는 행위, 먹이는 행위 외에도 의료기구인 주사기를 사용한 투약 행위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간 수의계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무자격자의 주사행위는 사실상 동물학대 행위”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무면허 진료행위 허용 범위에서 반려동물이 제외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장동물까지 포함해 전면적으로 자가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예방 주사 등 명백하게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것도 여전히 자가처치로 허용되고 있다”면서 “농장동물을 포함해 아픈 동물은 무조건 병원에서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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