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43달러, 8개월 새 최저
OPEC, 감산 연장 합의했지만
美도 셰일가스 생산 늘려
국제유가가 약 8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연장 합의 효과가 최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해 소멸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올해 평균 유가 전망치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2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44.8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5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각각 지난해 11월과 8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22일 43.50달러로 장을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올 1월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감산에 들어가며 50달러대를 유지하던 유가는 5월 40달러대에 진입하더니 하락세를 빠르게 이어가며 감산 조처 훨씬 이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OPEC 회원국들이 지난달 말 감산 연장에 합의했는데 채 한 달도 안 돼 약효가 사라진 셈이다. 유가 하락을 이끈 요인으로 단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가 꼽힌다. 2014년 이후 지속한 저유가 국면에 생산량을 줄였던 셰일오일 업체들이 산유국 감산 합의 이후 지난해 말 유가가 오름세를 타자 너도나도 채굴에 나선 것이다. 결국 이달 둘째 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5만배럴로 2015년 8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316기로 최저를 기록했던 미국의 원유 시추기 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을 시작해 이달 셋째 주 758기가 됐다.
정세 불안을 이유로 감산을 면제받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예상외로 빨리 안정을 찾으며 원유를 증산한 점도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를 상쇄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올 들어 OPEC이 감산한 원유량의 절반 가까이를 이들 2개국이 생산했다. 심지어 나이지리아의 8월 원유 수출량은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에경연은 지난 2, 3월 현물시장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몰려들었던 투기성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 역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국적 에너지컨설팅기업 FGE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이 추세라면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더구나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도 내년 3월이면 끝난다. 국제시장에선 내년 유가를 현 수준이라도 유지하려면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가 하락세에 곧 제동이 걸릴 거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보통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석유 수요가 20% 이상 많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유 재고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미국을 견제하는 산유국들이 향후 감산 기간을 연장하거나 감산 폭을 확대할 수도 있다. 특히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여느 때와 다른 변수다. 원유시장의 ‘큰 손’인 사우디가 이를 위해 어떻게든 유가 폭락을 저지하려 할 거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 에경연은 애초 50달러대 중반으로 예상했던 올해 평균 유가를 하향 조정,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석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올 평균 유가는 50달러 내외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재고 감소로 유가가 얼마나 반등하느냐가 내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