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41ㆍ삼성)은 최근 지독한 마음 고생을 했다. 현역 마지막 시즌을 뛰고 있는데,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 모두 신통치 않았다. 팀은 이달 들어 탈꼴찌를 하며 반등했지만 이승엽은 중심 타자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냈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지난 23일부터 타석에 설 때 나오는 등장 음악을 가수 엄정화의 ‘페스티벌’로 바꿨다. 1999년 발매한 이 음악은 이승엽이 그 해 등장 음악으로 사용해 KBO리그 역대 최초로 50홈런(54개) 시대를 열었다.
전성기를 함께 했던 곡의 가사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Smile Again)’처럼 정말 오랜 만에 연타석 홈런의 짜릿한 손 맛을 봤다. 이승엽이 등장 음악을 바꾼 지 이틀째인 24일 대구 한화전에서 2회와 3회 연거푸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렸다. 연타석 홈런은 개인 통산 27번째로 2014년 10월11일 광주 KIA전 이후 987일 만에 터졌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6월 16경기에서 타율 0.190에 그쳤다. 다른 동료들이 힘을 낼 때 보탬이 되지 못한 탓에 자책도 했지만 ‘홈런왕’답게 시원한 대포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이제 ‘약속의 계절’ 여름을 맞아 더욱 힘을 낼 일만 남았다.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에서 국내로 돌아온 2012년 후 지난해까지 여름에 강했다. 5년간 4~5월 타율 0.295 37홈런을 기록했지만 7~8월에는 0.328 40홈런으로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2015년과 2016년에도 3~6월 성적은 각각 타율 0.308 14홈런, 0.282 14홈런을 기록한 반면 7~8월 두 달 사이에는 0.424 10홈런, 0.331 9홈런으로 페이스를 더 끌어올렸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여름에 강하다”고 늘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KBO리그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든 홈런 타자다. 24일 현재 올 시즌 13개의 대포를 추가해 통산 456홈런으로 독보적인 통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간 친 홈런 159개를 합치면 프로 23시즌 동안 615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은 또 KBO리그 통산 득점(1,320개), 통산 타점(1,452개)에서도 1위로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내달 15일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마지막 올스타전 무대 지명타자 부문 팬 투표 역시 2차 공식 집계 결과 66만6,873표를 얻어 32만9,037표에 그친 두산 닉 에반스를 여유 있게 제치고 있는 등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은 뜨겁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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