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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크롱 현상, 문재인 현상

입력
2017.06.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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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39세 나이가 주는 젊고 건강한 이미지,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이던 24세 연상 여성과 결혼한 순애보 같은 사랑, 대선 이후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 광폭 개혁정치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평범한 옷차림으로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즐겨 타는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보낸다. 옆 나라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논란, 총선 참패, 테러, 런던 아파트 화재참사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 것과는 정반대다.

▦ 대통령 취임 한달 만에 치러진 프랑스 총선은 그의 독무대였다. 그가 이끄는 신당 연정세력은 60%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의석 577개 중 무려 75%인 432개가 정치신인들로 채워졌다. 400명 넘는 신인이 한꺼번에 의회에 진출한 건 프랑스 정치사상 처음이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새로 수혈되는 의원이 평균 191명이라고 하니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여성 당선자 역시 223명으로 역대 최다다. 10명 당 4명 꼴이다. 여성의 과반 의석 확보도 멀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 그의 개혁정치에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대선을 치른 때문이지 대선 정국에서 국내 지도자들은 자신이 ‘한국의 마크롱’이라며 마크롱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문재인 캠프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마크롱이 압승하자 이른바 ‘문빠’사이에서는 ‘우리도 당장 총선을 치렀으면…’하고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인사청문회 파행이 계속되자 ‘내년 지방선거 어떻게 하려고…’라는 여당의 은근한 압박성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식에 입각해서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은 옳건 그르건 무조건 감싸고 돌고, 이를 비판하면 마녀사냥 식으로 올가미를 씌우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문빠들의 행태가 그렇다. 인사 파문이 거듭되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협박이 난무한다. 여기에는 피아 구분도 없다. 뉴욕타임스는 문빠를 ‘탈레반’ ‘홍위병’에 비유하며 “정치적 소음이 실체로 통하는 이런 파당정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마크롱의 정치와는 너무 다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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