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마시고 머리에 뿌려 보지만 잠시 시원할 뿐 더위를 피할 수는 없다. 진흙에 얼굴을 파묻고 물웅덩이에 몸을 담가 보지만 동물들도 덥기는 매한가지다. 때이른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이 불볕더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폭염은 더위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는 상태로 극심하면 생명을 앗아가는 자연재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과거 세상을 휩쓴 기록적인 폭염을 살펴보면 1987년 그리스에서 46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한달 이상 지속돼 1천명이 넘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1994년에는 일본에 75일간 30도 이상 고온으로 사망자가 7월에 655명, 최고온도가 39도에 이른 8월에는 7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해에 한국도 대구가 39.4도를 기록하며 일사병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아스팔트 위에서 계란이 익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21세기에도 폭염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2003년에는 48도를 기록한 포르투갈 등 유럽 전체 폭염의 희생자가 7만 명에 달했다. 2010년 여름에는 가장 추운 나라인 러시아에서도 더위로 5만 6천여 명이 사망했고, 작년에 중동 이라크에선 54도라는 믿지 못할 기록이 관측됐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폭염에 의한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폭염이 위험한 이유는 태풍이나 지진, 산불처럼 집이나 건물을 파손하지 않고 인명을 앗아갈 수 있기에 보통 사람들이 주의를 하지 않는다. 특히 노약자들의 피해가 크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의 위력은 거세지고,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우리나라도 폭염 피해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세심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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