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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상처 들춘 '카더라' 예능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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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상처 들춘 '카더라' 예능 언제까지...

입력
2017.06.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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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에이미.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송인 에이미.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송인 에이미의 자살 시도를 계기로 전문가 패널을 내세운 ‘카더라’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실 확인 없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수다 떨 듯 다루며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는 프로그램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9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A의 예능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어쇼’(‘풍문쇼’)는 방송인 에이미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에이미가 인터뷰 후 초면인 기자에게 병원가야 한다며 20만원 빌려 갔다더라”, “구치소 들어갔을 때 기자에게 얼굴 보정을 요구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2012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징역 8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에이미는 이 기간 졸피뎀을 추가 투약함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2015년 강제 출국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에이미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매체는 방송을 접한 에이미가 충격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풍문쇼’ 측은 “에이미가 소속사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풍문쇼’가 한 차례 공식 사과했지만, ‘풍문쇼’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람 죽이는 프로그램”, “남의 아픔을 흥미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등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풍문쇼’의 한 관계자는 “방송된 내용은 대부분 이미 보도된 내용이었다”며 “방송에서 정식으로 사과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에이미 자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각 분야 전문가를 내세워 “~한다더라”, “~였던 듯 하다”는 식의 어법으로 가십거리를 보도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예인의 개인사를 면밀한 검증 과정 없이 폭로해 당사자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TV조선의 ‘별별톡쇼’는 9일 가수 조영남과 배우 윤여정의 이혼 소식을 다루며 “조영남이 외도 사실을 들킨 후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E채널 ‘용감한 기자들’은 “걸그룹 멤버 A양이 활동을 제쳐주고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났다”는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스캔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시청자가 유추할 수 있도록 해당 연예인의 특징을 거론해 관심을 끌어낸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문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발언은 ‘카더라’라도 신뢰도가 생긴다. 출연자들이 발언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다룰 수야 있지만,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실 관계가 명확한 이야기만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확인된 사실이어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제작진들이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고 좀 더 신중히 내용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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