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엔진 시험이라면 마무리 국면
정점궤도 오르기 위한 단계
軍 “北 발표 지켜봐야” 신중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연소실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으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언급한 ICBM 발사준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험 장면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북한이 이번에는 침묵하면서 엔진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 등 미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서해 평안북도 동창리로 추청되는 연송이라는 곳에서 21일 ICBM에 사용될 수 있는 엔진 실험을 했다”며 “ICBM 엔진의 가장 작은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ICBM이 통상 1~3단 엔진으로 구성된 점에 비춰 마지막 3단 엔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ICBM 엔진 가운데 가장 크고, 발사 최초 단계에서 가장 큰 출력을 내는 1단 추진체의 성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해 9월 80톤 추력의 엔진 연소실험을 했고, 올 3월 18일에는 보조엔진 4개를 더 달아 성능을 향상시켜 ‘3ㆍ18 혁명’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1단 엔진 3, 4개를 묶으면 ICBM 1단 추진체가 완성된다.
이와 달리 3단 추진체는 ICBM이 대기권을 돌파해 포물선의 정점궤도까지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3단 엔진은 출력은 기본이고, ICBM의 최종 자세 제어를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이번에 3단 엔진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면 ICBM 엔진 점검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엔진실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던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틀 동안이나 조용한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위성사진이 상공에서 포착한 장면만으로는 엔진의 실제 연소실험인지, 실험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불을 뿜었는지 분명치 않다”며 “북한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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