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도와달라”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간담회 후 일자리위-노동ㆍ재계 간 소통채널 가동에는 합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23일 민주노총과 가진 첫 정책간담회에서 ‘속도 조절론’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일자리위원회의 "긴 호흡으로 도와달라"는 당부에 민주노총은 즉각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면 안 된다"고 반박하는 등 간담회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민주노총과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됐다"며 "민주노총이 조금 긴 호흡을 갖고 도와주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노동존중사회로 국민 통합을 달성해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지켜봐 달라’며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한 발언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기다려달란 말보다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미루지 말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인상 ▦노동시간 단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의 즉시 시행을 요구했다. 그는 또 “정부는 노동계의 참여가 구색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강행하거나, 사회적 대타협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전반적인 노정관계가 파행으로 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일자리위원회와 민주노총의 이날 대화는 이례적으로 3시간이 넘는 ‘마라톤 간담회’로 진행됐다. 앞서 대한상의 등 재계,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는 1시간 남짓 열리는데 그쳤다. 양측은 이날 간담회 후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 보고 일자리위원회와 노동계ㆍ재계 실무진 간 정례회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동계 뿐 아니라 대한상의 등 재계 실무진과도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매주 한차례 이상 만나 일주일간 양측의 동향과 향후 계획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노동계가 주장해 온 노정교섭 차원의 창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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