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들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실시한 올해 첫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조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은행들이 3년 연속 연준의 테스트를 가뿐히 넘기면서 금융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연준이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 34곳을 대상으로 1차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심각한 경제적 붕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 4.3%인 실업률이 내년 3분기 10%까지 급상승하고 주택가격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19년 1분기까지 각각 25%, 35% 급락한다는 최악의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서 총 3,830억 달러(약 386조)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준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도 대형은행들이 위험가중 자산대비 9.2%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8.4%보다 높은 수치로, 연준이 설정한 기준인 4.5%를 크게 웃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심각한 경기침체 하에서도 대형은행들이 자본이 잘 갖춰진 상태를 유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형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2010년 도입된 ‘도드-프랭크’ 법안(금융규제 강화법)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금융감독 조항 재검토를 지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같은 위험 상황에서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은행들이 자본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미 금융당국이 2011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연준의 두 번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28일 발표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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