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수원의 역사 찾아 기억하자”
‘응답하라 행궁동 1953’ 가동
전쟁 상흔 속 사진 인물 찾아
한국전쟁 때 경기 수원에서 근무한 미군병사가 찍은 빛바랜 사진.
옛 화성 성곽으로 추정되는 흙담 위에 반바지와 얇은 티셔츠 차림의 네 명의 아이는 앉아 웃고 있고, 맨 뒤에 원피스 차림의 소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서서 렌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 뒤로 큰 나무와 한옥 건물 한 채만 보일 뿐 주변은 한적했다.
모두 생존해 있다면 현재 70, 80세는 됐을 터. 어디서 살고 있는지, 함께 사진 찍은 사람들과는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그때 사진 찍은 병사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재단)이 ‘응답하라 행궁동 1953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다. 재단은 기획팀을 구성하고, 팀 이름을 응답하라의 ‘응’과 1953의 ‘삼’을 따서 ‘응삼이’라 부르기로 했다. 응삼이 팀 구성 연령층은 30대에서 60대까지, 대부분 행궁동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었다. 재단 마을르네상스센터가 기획, 홍보, 영상, 인터뷰를 맡아 지원했다.
응삼이들은 지난해 3월 신풍초등학교 담부터 매향교, 지동교에 이르기까지 현수막을 내걸고 사진 속 인물이나 아는 사람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다. ‘응답엽서’와 ‘응답우체통’도 만들어 길가에 설치하고, 홍보팀은 페이스북에 응답센터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보에도 기대를 걸었다. 혹시나 싶어 지역 경로당의 문도 두드렸지만, 사진 속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5개월에 걸친 사진 속 인물 찾기에 실패한 응삼이들은 1953년도 당시 보고 싶은 친구와 행궁동의 추억을 찾는 프로젝트로 방향을 바꿨다. 응삼이팀은 지난해 5월 20일 행궁동 수원전통문화관 앞마당에서 전쟁 당시 친구를 찾는 노인 3명의 사연을 소개하고, 당시 수원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진을 함께 보는 ‘응답하라 행궁동 1953 토크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1년이 지난 현재 응삼이들이 수원시와 함께 다시 사진 속 인물 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 위주로 사람 찾기에 나선 것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원시가 가진 행정력과 시청 홈페이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다행히 이 사진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수원과 오산 비행장에서 근무했던 미군들이 찍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지난해 더글러스 프라이스라는 미국의 한 사진수집가가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한 오산비행장과 수원화성 지역 풍경 사진 68점 가운데 하나로, 수원화성 성곽 위 아이들이 있는 사진은 2점뿐이다. 또 이 사진을 찍은 미군은 로버트 리 월워스(Robert Lee Walworth)라는 것을 수원화성박물관이 확인해 줬다. 재단 관계자는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사진을 통해 수원의 역사를 찾아 기억하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도 사진 속 주인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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