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가해자로 신고된 40대 주부가 목을 매 숨졌다.
23일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8분쯤 이천시 한 단독주택에서 임모(59)씨가 “아내가 살림을 부수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검문 업무를 하던 파출소 직원 2명은 30분 만에 현장에 출동, 임씨와 아내 B(46)씨를 서로 다른 방으로 분리 조치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애초 “아내에 대한 처벌(재물손괴)을 원한다”던 임씨는 이들과 상담하면서 입장을 바꿨고, 경찰관들이 중재에 나서 부부는 화해했다고 한다. 이후 B씨는 바닥에 떨어진 김치통 등을 치우며 집도 정리했다.
경찰관들은 사건 마무리를 위해 임씨에게 간이진술서를 받는 등 조치를 끝내고 오후 10시쯤 복귀하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임씨가 “경찰이 간다니 인사나 하라”며 아내를 찾다가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정신을 잃은 B씨를 발견했다.
경찰관들은 B씨를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구급대를 불렀으나 병원에 옮겨진 B씨는 1시간30분 뒤 숨졌다.
경찰관들은 “가정폭력 재발우려 가정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인데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도 집안에 있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씨 집에선 지난 3월에도 “남편이 기물을 파손한다”는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으나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 종결 처리됐다. 경찰은 B씨가 숨질 당시 경찰관들의 조치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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