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폭 좁아 침수 피해 속출
대체도로엔 인도 없어 사고 위험
30일 개통 앞두고 곳곳서 마찰
“고작 13㎜ 비에 논이 물에 잠기다니 어이가 없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침수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 개선이 안 돼 걱정이야.”
21일 오전 11시, 구리~포천민자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 포천시 감암리의 한 농로에서 윤석숭(64) 이장은 물이 흥건한 논바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6일전 발생한 침수흔적은 퇴약볕 아래 더 선명했다. 그는 “곧 여름 우기철이 시작되는데, 운영사인 서울북부고속도로 측이 개통에만 신경 쓰고, 주민 안전은 뒷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리~포천민자고속도로가 이달 말 개통, 경기 북동부 지역 교통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민 안전과 직결된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북부고속도로가 문제 해결보다는 개통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특히 감암리는 작년 7월5일 주택 6개동과 공장 5개동이 물에 잠기는 등 한차례 물난리를 겪었던 터라 주민들은 침수피해가 잇따르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와 연결된 배수로 폭(1m)을 좁게 설치해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것이 침수 원인이라며 지난 19일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공사 측은 “전적으로 고속도로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보상협의와 배수로 개선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고속도로 건설로 새롭게 놓인 의정부 민락동에서 국립수목원으로 이어지는 신설 도로에는 ‘한심한 고속도로, 보행도로 설치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주민들은 “인도도 없이 대체도로를 만들어 보행자들의 사고 위험이 크다”고 수개월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관련된 생활불편 민원도 끊이질 않고 있다. 포천시 소흘읍 주택가 주민 1,000여명은 “현재 설치된 흡음 방음벽이 아파트, 빌라 저층가구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투시형 형태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리시 갈매지구 주민들과 의정부 산곡동 주민, 포천의 갈월중학교 학생과 교사 등도 “대형차량 운행으로 소음이 발생,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자체인 구리ㆍ남양주ㆍ의정부ㆍ포천시에 접수된 고속도로 관련 미해결 민원만 10여건이 넘는다. 포천시 관계자는 “민원 해결을 전제로 개통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공사와 운영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북부고속도로 관계자는 “민원 해결을 위해 다각적으로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주민들이 조속한 개통을 바라고 있고, 민원과 별개로 법적인 요건을 다 충족했기 때문에 이달 말 개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2조 8,723억원이 투입된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44.6㎞)는 구리~세종시를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의 연장노선으로, 착공 5년만인 6월30일 0시를 기해 개통한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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