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잠복결핵 학생에 투약 예정
복용횟수 적은 신약 사용 무산돼
학생ㆍ학부모들 적극 응할지 의문
고등학교 1학년 대상 잠복결핵 추진 사업이 결핵 신약의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는 결핵약은 신약보다 복용횟수가 7~22배 가량 많아서 고교생들에게 복용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달부터 잠복결핵 양성 반응이 나온 고 1학생들을 대상으로 결핵약 투약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질본과 교육부는 4월부터 ‘결핵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전국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동의자에 한해 잠복결핵감염 검진(IGRA)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핵 환자 발생율이 15~19세 사이에 급격해 높아지고, 학교는 집단 발병 가능성도 커 고1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결핵과 달리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질본은 결핵약 장기복용을 꺼리는 학생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기간도 짧은 ‘리파펜틴’(3개월간 12회 복용)이라는 신약을 쓰겠다며 설득해왔다. 그러나 21일 결핵전문위원회가 리파펜틴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면서 신약 사용은 사실상 무산됐다. 안전성 검증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문의약품으로 등재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
질본은 안전성이 검증된 이전 약을 쓰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응할 지 의문이다. 기존 결핵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는 1회 3알씩 9개월간 270회, 리팜핀은 1회 1알씩 4개월간 120회, 두 약을 함께 쓸 때는 1회 4알씩 3개월간 90회를 복용해야 한다. 경기 부천시 중흥고의 김지학 보건교사는 “감기약도 잘 먹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아프지도 않은데 최장 9개월간 매일 약을 먹을 지 의문”이라며 “약을 잘못 복용하면 자칫 내성이 생겨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약 사용이 어려워져서 질본이 전체 40세 성인의 잠복결핵 검진을 추진하려다가 사업을 접은 점을 감안하면, 고 1학생에게는 이전 약을 쓰면서까지 무리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질본 관계자는 “결핵약의 부작용인 간 독성 발생 확률이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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