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1호 개혁’
대형 유통업체 불공정행위에
과징금 부과기준율 60~140%로
“부당 이득보다 과징금 더 많게”
자진 시정ㆍ조사 적극 협조
감경 요건은 20~30%로 제한
반복적 법위반 과징금도 두배로
백화점ㆍ대형마트ㆍ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2배로 높아진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공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첫 개혁 행보다.
공정위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10월 중 확정ㆍ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개혁 방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현행 30~70%에서 60~140%로 강화된다. 예를 들어 A사가 납품업체 B사에 판촉비용 16억원을 부당하게 전가한 경우 지금은 ‘법 위반금액’(16억원)에 부과기준율(50%ㆍ법 위반 ‘중대’ 기준)을 곱해 5억원의 과징금이 산출된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부과기준율이 100%로 높아져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만약 A사가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140% 부과기준율을 적용해 최대 2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갑질’을 통해 챙긴 이득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하게 하면 사전에 위법 행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시정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깎아주는 요건은 대폭 축소했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기업이 법 위반행위를 스스로 고치면 과징금의 50%, 조사에 적극 협조하면 30%를 깎아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진시정 감경은 30%, 조사협조 감경은 20% 내로 제한된다. 또 개정안은 현재 ‘부담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처럼 모호한 과징금 감경기준을 자본잠식율, 부채비율 등 객관적 지표로 구체화했다.
김상조식 ‘1호 개혁’는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완화됐던 과징금 제재를 ‘정상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며 과징금 기준금액을 ‘전체 납품대금’에서 ‘법 위반 금액’으로 변경했다. 통상 ‘전체 납품대금’이 ‘법 위반금액’보다 크다는 점에서 당시 고시 개정은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상조호(號) 공정위는 기준금액은 ‘법 위반 금액’으로 그대로 유지하되, 부과기준율을 2배 인상하는 방식으로 과징금 제재를 대폭 강화한 셈이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도 다음달 31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가중 상한이 50%에서 100%로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과거 3년간 기업의 법 위반 횟수에 따라 과징금 부과금액의 최대 50%를 ‘가중’할 수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정 과징금 한도(불공정행위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2% 이내) 내에서 위반행위의 기간과 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2배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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