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가정 돌보는 전통 남아
파트타임 선택하는 경향 강해
양성 불평등, 유리천장 여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좋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승진 기회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고위 직급까지 올라갈 생각이라면 풀타임을 택해야 합니다.”
강지은(36)씨는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2년 가까이 네덜란드 한 커뮤니케이션 기업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올해 초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아이(7)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직장에서 인정받아 크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접어야 했다.
파트타임 활성화가 네덜란드의 고용과 경제 성장을 끌어올린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파트타임 근무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일 만큼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성별에 따른 불평등의 여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여성 중 파트타임 근무자의 비중은 60.7%(2015년 기준)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위인 스위스(45.5%)보다 15%포인트나 많고, 평균(25.9%)의 2배를 훨씬 넘는다. 바세나르협약이 맺어진 다음 해인 1983년의 44.6%와 비교해서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일하는 남성 중 파트타임 비율은 19.5%다.
파트타임 노동자가 임금이나 연금, 휴가 등에서 차별받는 일은 없지만, 업무의 몰입과 성과 면에서 풀타임과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강씨는 “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회사에서 팀원들과 계속 논의하면서 내놓은 결과물과, (근로시간이 짧거나 재택근무를 해서) 이런 교감을 갖지 못한 채 내놓는 결과물은 분명 차이가 있죠. 중요한 회의도 종종 빠지게 되면 다음날 출근해서 이를 따라잡지만 아무래도 한발 늦는다고 느끼곤 해요”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은 많지만 파트타임 근무자가 많다 보니 고위직 여성은 많지 않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는 반 덴 브룩씨는 “회사 입장에선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라면 풀타임 직원을 선호하지 않겠어요?”라며 이 같은 현실을 풀이했다.
마크 슬라만 니엔로드경영대 학장은 “네덜란드에서는 아직까지 남성들이 직장에 집중하고 여성들이 가정을 돌보는 전통이 남아 있어 여성들의 파트타임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여성들의 유리 천장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까지도 상당수 네덜란드 직장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즈음해 일을 그만뒀다. 네덜란드에서는 4세부터 공교육 시스템이 아이를 돌보지만, 0~3세에 대한 보육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2005년 보육기관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한 유아교육법(Child Care Act)을 만들고, 공공 보육 예산도 늘렸지만 여전히 인근 국가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0.4%(2011년 기준)를 유아 교육 기관에 지출했는데, 핀란드ㆍ덴마크는 1.3%, 스웨덴ㆍ아이슬란드는 0.7% 수준이다. 어린이집 같은 육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약 55%로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낮다. 적지 않은 네덜란드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파트타임에 머무르고, 결국 승진과 소득에서 남녀 간 격차가 발생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네덜란드처럼 정규직 파트타임 활성화 추진을 적극 고려해야 하지만 네덜란드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대비해야 한다”며 “아빠에게 출산 휴가 및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여성에게만 파트타임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브뢰컬런=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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