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전쟁포기와 전력 비보유를 규정하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방위 실력(행사) 조직’으로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여당 내 개헌초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22일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가 당 개정안에 헌법 ‘9조의 2’를 별도로 만들어 자위대를 ‘우리나라(일본)를 방위하기 위한 필요최소한도의 실력 조직’으로 명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2015년에도 ‘필요 최소 한도’라는 표현을 넣어 ‘전쟁 가능법’이란 비판을 받은 안보법제를 강행 처리했다. 앞서 2014년에는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 평화헌법 조항을 사문화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직접 자위대 근거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사실상의 군대’로서 합헌화하겠다는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자민당은 또 9조의 2에 2항도 만들어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를 명기할 방침이다. 총리가 내각을 대표해 자위대의 최고지휘감독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자위대에 대해 “국회의 승인 등 기타 민주적 통치제도에 복종한다”는 내용을 새로 넣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당초 헌법 9조의 1항(전쟁과 무력행사 영구 포기)과 2항(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을 그대로 둔 채 9조 3항을 만들어 자위대의 근거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21일 의원 100여명이 참가한 개헌논의를 시작했다. 8월 초까지 집중토론을 벌인 뒤 연말쯤 개헌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평화헌법 개정에 신중한 공명당을 의식해 2012년 당 초안에 비해 개정수위를 낮췄다. 당시에 담겼던 ‘국방군’을 보유한다는 부분을 일단 포기하고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정도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자민당 내 의견통일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차기 총재선거에 도전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전력보유를 금지한) 9조와 어떻게 모순없이 설명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중 개헌안 국회 발의가 목표지만 지금처럼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면 개헌 동력은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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