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제폭탄, 서울대 제자 논문 표절 사건 등 최근 붉어진 대학원 내 사건들로 인해 대학원생 인권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각 대학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원생들의 고충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연세대는 학내 고위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대학원생의 고충처리나 상담 제도를 보완하고, 학교 차원에서 제도를 홍보할 방침을 결정했다. 서강대도 같은 날 대학원 총학생회가 박종구 서강대 총장과 함께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식’을 열고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에 대한 공정한 대우 및 알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연세대 대학원생 권혜석(29·가명)씨는 “대학원 상담제도가 생긴다 해도 교수의 보복이나 향후 불이익이 두려워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생 이수형(27·가명)씨는 “폐쇄적인 대학원 환경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급하게 표면적인 대책을 세워 논란만 잠재우려는 것 같아 아쉽다”며 “오랫동안 연구실 문화가 조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제도로 해결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대학원 조직문화, “그저 버틸 뿐”
교수 중심의 연구실 운영, 과중한 업무 부담과 같은 폐쇄적인 대학원 조직문화는 이미 여러 차례 공론화된 문제다. 고려대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한 웹툰이 인기를 끌만큼 대학원생 사이에서 보편화된 문제기도 하다. (관련기사) 한양대 대학원생 신유주(25·가명)씨는 “인권침해나 열정페이는 대학원에 가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며 “연구소 급여, 논문심사, 지도 교수까지 모두 소속 연구소 교수가 담당하니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쉽게 의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대학원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13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발표한 ‘201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대학원생 중 ‘당사자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하거나, ‘인권센터 등 제도적 통로를 통해 대응’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반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43%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권리장전부터 근로자 인정까지…장기적인 해법 필요
현재 대학원생 인권문제의 해법은 대학원생 권리장전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선포하는 것 정도다. 지난 15일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식’을 가진 김종혁 서강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들의 고충과 애환이 있어도 총학생회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긴 어려워 안타까웠다”며 “물론 강제 권한이 없는 권리장전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으나 대학원생의 구체적인 권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 청년위원회와 13개 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역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한 바 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 개선 노력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원경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인권규범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반영해 실질적인 권리장전을 만들거나, 간담회 개최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해결을 없어 대학원생들 입장에선 답답한 측면이 있겠지만 전체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이 착취 당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원 조교를 근로자로 인정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대학원생 이희수(24·가명)씨는 “각 학교별로 대학원생 급여 및 처우가 천차만별이며 교수 상황에 따라 전반적인 연구소 환경이 바뀐다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학원생을 근로자로 인정해 근무 시간이나 업무 영역을 보장 받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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