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비두ㆍ히든 이달 서비스 종료
‘한국판 유튜브’ 꿈꿨지만
뒤늦은 진출 등으로 사업 접어
넷플릭스 ‘옥자’로 공략 가속화
국내 업체들 콘텐츠 강화 불구
“자구 노력만으론 역부족” 지적
“정부가 인수합병 환경 조성을”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 내놓은 동영상 플랫폼이 이달 말 나란히 서비스를 접는다. ‘한국판 유튜브’를 꿈꾸며 출격한 지 1년도 안 된 조기 은퇴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 절반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등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을 글로벌 업체가 장악한 가운데 또 다른 거대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가 6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옥자’를 앞세우며 우리 시장을 두드리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SKTㆍKT도 넘지 못한 ‘유튜브 철옹성’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시된 KT의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와 11월 나온 SK텔레콤의 ‘히든’이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두비두와 히든은 급속히 성장하는 모바일 동영상 시장을 잡기 위해 두 통신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구글 유튜브처럼 누구나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지만, 인기 분야 전문가 양성(히든)이나 상품 판매 연계(두비두) 등을 내세워 차별화했다. 하지만 출시 이후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결국 1년도 안 돼 퇴장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두비두와 히든이 통신 대기업을 등에 업고도 실패한 요인으로 뒤늦은 시장 진출과 콘텐츠 부족을 꼽는다. 유튜브는 2008년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방문자 수가 10억명을 훌쩍 넘고 전 세계에서 쏟아내는 콘텐츠의 양과 질도 신규 국내 서비스와 비교가 안 된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이용자들이 모바일 동영상을 볼 때 쓰는 서비스 순위에서 유튜브는 압도적으로 1위(42.8%)에 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9.1%)과 합치면 두 해외 서비스가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반면 옥수수, 티빙, 푹, 아프리카TV 등 토종 서비스들의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그나마 지상파 3사 콘텐츠와 한류스타 영상 생중계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앞세운 네이버가 15.4%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까지 공세… 토종 서비스들 어쩌나
해외 업체들의 국내 동영상 시장 잠식 우려는 넷플릭스의 한국 공략이 가속하면서 더 커지고 있다. 당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29일 공개된다. 한국업체들은 쉬 엄두를 내지 못할 제작비가 들어간 옥자는 지난달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해 화제성뿐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넷플릭스는 현재 tvN 드라마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손잡고 좀비 소재 사극 드라마 ‘킹덤’도 제작하고 있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원작의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점유율은 아직 1%대지만, 옥자 공개를 기점으로 입문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맞서 국내 업체들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지난 3월 한류 콘텐츠 확보를 위해 대형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CJ E&M 티빙은 tvNㆍ엠넷ㆍ온스타일 등 자사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올 초 전면 무료화했고, 옥수수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지난해보다 2배로 늘려 20여편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업체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중국 등의 IT 공룡들은 이미 국내 업체들이 당해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정부도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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