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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팔이식 환자 “대구 의료기술 세계에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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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팔이식 환자 “대구 의료기술 세계에 알립니다”

입력
2017.06.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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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욱씨 퇴원 100여일 만에

대구의료관광진흥원 입사

의료관광객 안내 등 홍보업무

“이식한 팔로 시구하는 게 꿈”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에 성공한 손진욱(36)씨가 수술받은 왼팔로 야구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첫 소망은 프로야구 시구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에 성공한 손진욱(36)씨가 수술받은 왼팔로 야구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첫 소망은 프로야구 시구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메디시티 홍보주임으로 일하게 된 손진욱(뒷줄 왼쪽에서 두번째)씨가 대구의료관광진흥원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메디시티 홍보주임으로 일하게 된 손진욱(뒷줄 왼쪽에서 두번째)씨가 대구의료관광진흥원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대구가 대한민국 의료특별시라는 사실은 왼팔을 보면 한 눈에 압니다.”

올해 초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에 성공한 손진욱(36)씨가 퇴원 100일을 갓 넘겨 메디시티 대구의 견인차인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의 간판 얼굴로 돌아왔다. 5일 진흥원 홍보주임으로 입사한 손씨에게 아직 타이핑 업무는 쉽지 않지만 해외의료관광객을 위한 팸투어 픽업 서비스와 관광 안내 등 홍보업무는 적성이 딱 맞다.

대구공항에서 러시아와 말레이시아 의료관광객들을 태워 대구의 병원을 돌다 보면 하루가 바쁘다. 손씨는 “우리나라 첫 팔이식 환자로서 대구의 뛰어난 의료 수준을 국내외에 알리는 것은 큰 보람”이라며 “외국인을 많이 만나는 업무가 낯설기는 하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이식한 팔을 보고 궁금해하는 외국인이 있지만 말이 막혀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외국어 공부 의지를 내비쳤다.

직원 16명이 일하는 진흥원은 20대 중후반이 주류다. 나이 많은 막내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할 텐데, 손씨는 “업무가 서툴러 미안하지만 잘 부탁한다”며 나이차를 극복하고 있다. 덕분에 손씨는 가장 젊고 씩씩한 올드보이로 통한다.

손씨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정확하게는 팔을 보고 짐작하는 식이다. 택시기사들도 그의 얼굴은 잘 모르지만 어색한 왼손을 보고는 이내 “대구에서 팔이식 수술을 했다는데 혹시 본인이냐”고 묻곤 한다.

처음에는 세상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집도의인 우상현 W병원장과 아직도 이식수술 순서를 기다리는 절단 환자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는 우 원장의 격려와 물리치료 중인 환자들의 부러운 눈길도 채찍질이 됐다. 그는 “운이 좋아 먼저 수술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환자들의 눈을 맞추기도 힘들다”며 “고통 받는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왼손잡이인 그는 2015년 8월 경남 김해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다 왼손을 다쳤다. 올 2월초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손목 위 5㎝ 부위를 이식 받는 10시간의 대수술을 받은 그는 초기 급성 면역거부반응과 피부 변색 등 수차례 고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 떨림도 찾아보기 힘들고 붓기도 80% 넘게 빠져 운전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2주에 한 번 정기검진도 받아야 하지만 왼팔이 몸과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손씨는 수술 전 꿈꿨던 다양한 일에 도전한다. 평소 야구를 즐겨 했던 그는 이식한 왼팔로 프로야구 시구를 하는 것이 1순위다. “삼성라이온즈 이승엽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손씨는 “절단 환자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왼팔 시구를 멋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흥원에서 첫 월급을 받으면 수술에 도움을 준 분들에게 인사도 할 생각이다. “우 원장과 병원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겠다”는 손씨는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 늘 빚진 마음”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개인적인 경제사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주지 않아 수술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환자들의 의료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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