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변요한은 김윤석, 김명민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심지어 김명민은 영화 ‘하루’를 변요한과 함께 찍기 위해 그를 3개월이나 기다리기도 했다. 으쓱해질 법도 하지만 변요한의 최대 걱정거리는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느냐”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뒤 2011년 단편 영화로 공식 데뷔한 그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겨우 3년 남짓이다.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진심으로 선배들을 존경했다.
변요한은 “내가 선배님들만큼 못 걸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배우의 숙명이다. ‘육룡이 나르샤’를 찍을 때 명민 선배에게 한 첫 질문이 ‘연기 얼마나 하셨냐’였다. ‘20년 했어’라고 하시는데 정말 놀랐다. 시간이 흐르면 메커니즘도 변하고 연기 유행도 변하지 않나. 흥행작이 많아도 꾸준히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크지 않아도 꾸준히 하고 싶은데 지금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요한과의 대화가 즐거운 이유는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 한마디도 형식적이거나 대충하는 법이 없다. 충분히 고민한 끝에 ‘진짜 자신’의 생각을 꺼내 대답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마인드맵 꼬리 물기 방식은 그를 결론에 이르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변요한은 “김명민, 김윤석, 이성민, 이경영 선배 모두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클래식하다. 클래식이 제일 멋있다”라며 “그 클래식이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더니 “본질에 가깝게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본질은 무엇일까”라며 또 고민에 빠진다. 고민 끝에 그는 “‘슬픔을 어떻게 하면 멋 부리지 않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선배들을 보면 멋 부리지 않는다. 꾸밈이 없고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어떤 관객은 ‘슬픔을 멋 부리지 않고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는 수식어를 변요한에게서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하루’를 포함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육룡이 나르샤’, 심지어 ‘들개’와 ‘소셜포비아’에서마저 그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던졌었다. 다른 건 몰라도 감성 연기만큼은 자신 있지 않을까란 이야기에 변요한은 “나는 다 자신이 없다. 남의 인생이 쓰인 대본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건 자만이다. 다만 연기할 때는 집중해서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되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도 자신감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변요한을 두고 많은 선배들은 ‘기본을 아는 배우다’라고 칭찬한다. 그는 “기본이 돼 있다는 건 예의가 있다는 말 같다. 작품에 대한 예의와 후배로서 선배들을 대하는 예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나는 선배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다. 애교도 못 부리고 살가운 말도 못 한다. 조심스럽다. 선배님이 웃으시면 한 박자 늦게 웃는다.(웃음) 후배로서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좋게 봐주신다”라며 “선배들은 후배들의 발자취다. 짐작하지 못하면 내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겠지만 좋은 교과서가 있지 않나. 그 온도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것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배들뿐만 아니라 변요한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일명 ‘변요한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은 변요한에게 늘 애정을 보여준다. 친구로서 가진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아니라 그 친구들이 좋은 친구들이다. 나는 표현에 있어서 인색하다.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지?’라고 물어보면 ‘몰라’라고 할 그런 친구들이다.(웃음) 우리는 연기할 때만 배우지 평소엔 애들이다. 화려하지 않고 편안하다. 맛있는 것 좋아하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친구들을 자주 놀라게 한다. 놀리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숨어 있기도 한다”라며 헐렁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친구들끼리는 채찍질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힘들다고 하면 응원해준다. 아프다고 하면 정말 아픈 것이니까 말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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